안녕하세요. 다함입니다. 무나물 님, 반갑습니다. 우선 무나물님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저도 좋아하는 것들이라 흥분되는 에너지를 느낍니다. 저도 커피를 좋아하고 재즈 음악을 좋아합니다. 맥주는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운동을 하고 땀을 낸 후에 먹는 맥주 맛만큼은 칭송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런데 이런 커피나 맥주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인가요? 그리고 분위기에 따라서 재즈 한 곡 쯤은 들려주실 수 있다는 것인가요? 답답한 고민은 잠깐 미루어 둔 채로 추천하는 커피와 연주 한 곡을 먼저 듣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네요. 하, 참, 좋은 재주를 가지셨습니다. 이런 재주들이 공통점은 없는 것 같지만, 함께 모아 놓고 보니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들이군요. 즐거운 마음으로 쉴 수 있게 해주는 것들. 즐겁고 편하게 해주는 것들을 좋아하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네요. 그런데 갑자기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을 그대로 떠올려 보니까 편안했던 마음이 바짝 조여지는 느낌이 듭니다. 돈 벌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리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것도 사실이지요. 아직 사회엔 나가보지도 못했으니까요. 떠밀려서 사회에 나가서 지금이라도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이 듭니다. 어쩌면 커피, 맥주, 재즈가 이 압박감에 대응하려는 시도는 아닐까요? 추측이긴 합니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왜 좋아하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지 의미가 생기니까요. 의미가 생기면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에 더 빠집니다. 열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감각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다른 취미도 아니고 왜 하필이면 커피나 맥주, 재즈겠습니까. 그 감각에 살을 붙여 인생을 형상화하는 것이 의미입니다. ‘아침잠을 서서히 깨우는 데에는 연한 원두커피가 제 맛이야. 아침 커피 만드는 것만큼은 내가 최곤데, 사람들이 정말 좋아할 텐데, 커피 한 잔으로 각박한 현실의 사람들을 다독여줄 수 있다면….’ 이런 식으로 의미를 붙여 나가면 더 그 일에 빠져들겠지요. 이 의미는 한두 가지도 아니고 고정된 것도 아닙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처음에는 무나물님처럼 단순한 흥미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이 흥미가 처음에는 치졸한 것이어도 상관없습니다. 자기 자신이 그 동기만 알고 있다면, 그리고 그 일의 의미를 발견해 나갈 만큼 진지하다면 결국 진정한 그 사람의 인생이 됩니다. 어떤 피아니스트가 처음에는 단순히 누구를 이겨보겠다는 마음만으로 피아노를 칠 수 있습니다. 그러다 회의를 느낍니다. 어느 순간 피아노를 통해 자신이 위로 받는 것을 느끼거나 남을 위로해 준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다시 피아노를 칩니다. 피아노에 미친 피아니스트의 음악도 경탄을 하면서 듣겠지만, 이런 좌절했던 피아니스트의 음악도 들을 만하지 않겠습니까? 의미를 찾으면 그 일에 정성도 들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미치진 않더라도 그 정도도 좋겠지요. 무나물님의 전공이 무엇인지 궁금하군요. 전공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고도 하셨고, 부모님 말씀대로 무작정 대학원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도 하셨어요. 함부로 추측할 수 없을 만큼 모순되는 마음이고, 모순은 언제나 중요합니다. 전공에 대한 단순한 흥미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의미는 쉽게 떠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지하게 생각하시고, 충분할 만큼 노력을 해보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모순이 해결되면 열정이 생길지도 모르지요. 열정 없는 사람이 특별히 있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다만 막혀 있을 뿐이지요. 그리고 그 많은 재주들이 지금은 혼란스럽게 생각되실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다 자산이 될 겁니다. 그럼, 안녕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