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했던 글 ' 스물즈음의 청춘이 보내온 편지'' │ 20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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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가 서로 다른 새내기 4명과 점심을 먹었다. 대학생활의 첫 학기를 마친 작은 기념식이었다. 우리는 입학사정관제가 맺어준 멘토와 멘티 사이다. 예순 즈음의 멘토 교수와 스물 즈음의 새내기 멘티.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이는 나이. 양푼 김치찌개 한 냄비와 빙수 한 사발을 함께 먹으며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육십 살 늙은이와 스물 살 청춘도 멋지게 어울릴 수 있다는 공동 목표를 가지고 간다. 그 중 항상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한 멘티 한 명이 스승의 날에 드리지 못하고 지금 드린다며 내 손에 편지 한 통을 쥐어 줬다. 연구실로 돌아와 그 편지를 읽자마자 곧 그 학생에게 문자를 보내 이 편지를 공개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겸연쩍어 하면서도 동의해 줬다. 편지 내용을 가감 없이 소개한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처음에 ‘멘토링 프로그램’을 할까 말까 고민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괜한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멘토링 프로그램 발대식 날 교수님은 주례를 보러 가셨었잖아요. 그날 다른 선생님께 교수님의 일화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아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더 교수님과의 만남을 기대하게 됐던 것 같아요. 교수님을 처음 뵀을 때,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다르게 ‘아, 정말 젊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흰 머리가 지긋하시지만 한마디, 한마디 툭툭 내뱉으시는 것조차 제 배꼽을 들썩이게 해주시는 교수님을 만나서 저는 너무 행복해요. 사실 저의 외할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적에 일찍 돌아가셨고, 친할아버지는 술을 너무 좋아하셔서 할아버지와는 대화를 해본 적이 많지 않아요.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할아버지 연배의 교수님을 만나 뵙게 되어서 너무나 기뻐요. ‘교수’라는 단어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거리감을 느끼게 하지만, 교수님을 만나고 나서는 교수와 제자라는 단어의 느낌들이 한결 편안해진 것 같아요. 아직 교수님과 많은 대화를 하지는 못했지만, 저에게 ‘멘토’ 교수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답니다. 교수님, 어릴 적부터 만화영화를 보는 것보다 구호단체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는 것을 좋아했던 저는 ‘우리 집 수도꼭지에 호수만 달아서 아프리카까지 연결하면 아프리카 아이들이 물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했었어요. ‘아프리카 한가구당 수도꼭지 하나 달아주기’라는 막연한 꿈만 갖고, 구체적인 계획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서 기계에 손이 빨려 들어가는 큰 사고를 당하셨어요. 집안 형편이 급속도로 어려워지면서 외아들로서 갑작스런 책임감을 짊어지게 됐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집에 보탬이 돼야겠다고 생각하다가 교내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 처음 ‘요리’를 접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것이 제 가슴을 뛰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조리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고등학교 생활을 보냈어요. 어릴 적부터 승부욕이 강했던 저는 요리를 시작하면서도 세계최고의 셰프가 돼야겠다고 생각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왜 내가 세계적인 셰프가 돼야하는지 답을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요리봉사활동과 기부활동을 하며, 국제구호단체에 관심을 갖게 돼 다양한 구호단체에 대해서 알아보던 중 ‘아프리카 한가구당 수도꼭지 하나 달아주기’라는 제 꿈을 이룰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찾을 수 있었어요. UN에 소속된 국제구호단체인 ‘unicef’와 제가 갖고 살아갈 직업인 ‘chef’를 합쳐보니 ‘unichef’라는 단어가 나오더군요. 저는 ‘아프리카 한가구당 수도꼭지 하나 달아주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먼저 세계적인 셰프가 되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친선대사가 될 겁니다. 나아가 국제친선대사가 돼 ‘unichef’라는 국제요리사봉사단체를 만들어 단순히 물질적인 기부가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재능 나눔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아직은 많이 부족한 새내기 대학생이지만, 교수님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하는 1년 동안 많은 가르침을 받고, 저도 많이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훗날 저 아이가 내 멘티였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그러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서 제가 해 드리는 맛있는 음식 많이 드셔야 해요. 조금씩 성장해가는 자랑스러운 멘티이자 제자가 될 것을 약속드릴게요. 스승의 날, 이렇게 교수님께 편지를 쓸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대단한 글이라서 소개한 것은 아니다. 대단하지 않기 때문에 소개했다. 다만 이 편지 속에는 인생의 밑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사랑과 꿈 그리고 이상이 담겨있다. 이 청춘, 앞으로 자기인생을 채워가면서 여러 번의 굴곡을 거칠 것이다. 수백 번의 망설임, 좌절, 자괴감, 성취감, 기회 등이 함께 할 것이다. 이 청춘의 소망이 이뤄지는 어느 날 나는 먼발치에서, 이승 아니면 저승에서라도 빙긋이 웃고 있을 것이다. - 최상진 교수님의 칼럼 ' 이런 거지같은 청춘'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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