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법률상담을 받았다. 꽤나 희망적인 말씀을 해주셔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사실 작년에 처음으로 법률 상담을 받았을 땐, 너무 충격을 받았었다.
물론 내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법률 상담을 받았기 때문에 더 그랬을 수도 있다.
변호사와 상담가 선생님이 다르다는 걸, 그 때는 미처 알지 못했으니까. 그게 당연할 수 있다는 것도.
늘 안쓰러운 표정으로 내 사연과 말에 공감해주셨던 상담가 선생님하고만 이야기하다가, 오로지 법률적인 면만 이야기하는 변호사와의 상담은, 꽤나 충격이었다.
내 사연에 대한 공감의 말도 없었고, 내 용기에 대한 응원도 없었다. 그저, 이런 경우는- 증거가 좀 부족하며-
그리고 더 충격적이었던 건,
'증거 부족일 수 있다' 라는 말이었다. 증거 부족이라면 내 말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어떡하나 충격을 받았고
고소가 두려웠던 꽤나 큰 이유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변호사분은 다르게 말씀하셨다. 이 정도 사안이면 충분히 고소가 가능하고 내가 제대로 진술하고 가족들 역시 알고 있는 대로 진술해주기만 한다면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고. 무엇보다도 공소시효에는 지금 아무 문제가 없다고.
힘내라고.
따뜻한 힘이 되었다. 그리고 한층 더 용기가 생긴 것 같다.
고소의 절차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리 무시무시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쉬운 일 역시 아닐 테지만,
엄청난 절차나 형식이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고소장 써서 제출하고 경찰한테 가서 진술하고, 그게 검찰한테 넘어가서 법원에서 재판을 한다.
내가 검찰이나 재판에 나가지 않아도 될 수도 있다. 친족 성폭력의 경우에는 대질 심문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지역 상담소와 연계하면 도와주실 것이라고도 하셨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도 논의해보시겠다고 하셨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마음 써주시고 계신다. 그래서 용기가 피어오른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점점 더 강해진다.
진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정확한 진술. 이제부터 내 기억을 풀어내는 일을 시작해야겠다. 사실 너무 많아서 무서웠다. 창자처럼 끝도 없이 쏟아져내릴까봐, 한 번 쏟아지기 시작하면 다 쏟아져내릴 때까지 절대로 멈추지 못할까봐 막고만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풀어내야겠다. 어쨌든 무슨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를 해야 처벌을 내릴 수 있으니까.
엄마를 설득하는 일이 아주 중요할 것 같다. 적극적으로 진술을 하도록. 마음이 약해지지 않도록. 이 부분은 심리 상담사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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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생각이 든다. '정말 이 날이 올 줄은 몰랐네'와 '역시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하는 생각.
정말로 원하는 일들은 이루어진다. 조금 원하는 일들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모든 것이 그것을 원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되게 되어 있다. 내가,
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확신도 서지 않은 채 힘겹게 기어왔지만,
나는 결국 보고 있다. 등성이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꿈의 마을을.
그리고, 그 마을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이 한걸음이 나를 저 마을로 데려다 줄 것이다. 넘어져도 일어날 것이고 길을 잃어도 다시 찾을 것이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나는 꿈의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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