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마을   trois.
  hit : 2747 , 2013-11-12 13:00 (화)


어제 법률상담을 받았다.
꽤나 희망적인 말씀을 해주셔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사실 작년에 처음으로 법률 상담을 받았을 땐,
너무 충격을 받았었다.

물론 내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법률 상담을 받았기 때문에
더 그랬을 수도 있다.

변호사와 상담가 선생님이 다르다는 걸,
그 때는 미처 알지 못했으니까.
그게 당연할 수 있다는 것도.

늘 안쓰러운 표정으로 내 사연과 말에 공감해주셨던
상담가 선생님하고만 이야기하다가,
오로지 법률적인 면만 이야기하는 변호사와의 상담은,
꽤나 충격이었다.

내 사연에 대한 공감의 말도 없었고,
내 용기에 대한 응원도 없었다.
그저, 
이런 경우는-
증거가 좀 부족하며-

그리고 더 충격적이었던 건,

'증거 부족일 수 있다'
라는 말이었다.
증거 부족이라면 내 말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어떡하나
충격을 받았고

고소가 두려웠던 꽤나 큰 이유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변호사분은 다르게 말씀하셨다.
이 정도 사안이면 충분히 고소가 가능하고
내가 제대로 진술하고
가족들 역시 알고 있는 대로 진술해주기만 한다면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고.
무엇보다도 공소시효에는 지금 아무 문제가 없다고.

힘내라고.


따뜻한 힘이 되었다.
그리고 한층 더 용기가 생긴 것 같다.

고소의 절차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리 무시무시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쉬운 일 역시 아닐 테지만,

엄청난 절차나 형식이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고소장 써서 제출하고
경찰한테 가서 진술하고,
그게 검찰한테 넘어가서
법원에서 재판을 한다.

내가 검찰이나 재판에 나가지 않아도 될 수도 있다.
친족 성폭력의 경우에는 대질 심문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지역 상담소와 연계하면 도와주실 것이라고도 하셨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도 논의해보시겠다고 하셨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마음 써주시고 계신다.
그래서 용기가 피어오른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점점 더 강해진다.


진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정확한 진술.
이제부터 내 기억을 풀어내는 일을 시작해야겠다.
사실 너무 많아서 무서웠다.
창자처럼 끝도 없이 쏟아져내릴까봐,
한 번 쏟아지기 시작하면 다 쏟아져내릴 때까지
절대로 멈추지 못할까봐
막고만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풀어내야겠다.
어쨌든 무슨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를 해야
처벌을 내릴 수 있으니까.

엄마를 설득하는 일이 아주 중요할 것 같다.
적극적으로 진술을 하도록.
마음이 약해지지 않도록.
이 부분은 심리 상담사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
.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정말 이 날이 올 줄은 몰랐네'와
'역시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하는 생각.


정말로 원하는 일들은 이루어진다.
조금 원하는 일들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모든 것이 그것을 원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되게 되어 있다.
내가,

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확신도 서지 않은 채 힘겹게 기어왔지만,

나는 결국 보고 있다.
등성이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꿈의 마을을.

그리고,
그 마을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이 한걸음이 나를 저 마을로 데려다 줄 것이다.
넘어져도 일어날 것이고
길을 잃어도 다시 찾을 것이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나는 꿈의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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