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 quatr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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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노트북을 들고 도서관에 왔다. 핸드폰에 테더링해서 일기를 쓰고 있다. 상담소에서 글을 하나 써달라고 하셔서 그 글도 마무리 짓고, 두 번째 재판에서 진술할 내용을 준비해서 다음 주에 변호사님하고 피드백해야 하니까 그것도 준비하고! 이제 봄옷들도 좀 사야하니까, 지출 계획도 세울 겸 나왔다. 집에 있으면 책상이 없어서 솔직히 집중하기 힘들다. 침대에 누워서 하면 허리도 아프고 턱도 아프고, 식탁에서 하자니 다른 사람들 밥먹는 상에서 뭐 하는 것도 좀 그렇고. 그래서 그냥 나왔다. 나오니까 오히려 집중도 더 잘 되고 좋다. 날씨도 아주 따뜻하고 좋고. 다시 괜찮음 모드로 돌아온 것 같다. 꽤나 오랜만이다. 8개월만인 듯. 필리핀 갔다오고 나서 방전되었다가, 이제 다시 충전이 된 것 같다. 아주아주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도 그 때와는 달리 많은 것들이 변했고! . . 할 일 좀 하다가, 저녁으로 혼자 순대국을 먹어야겠다. 원래 동생을 만나기로 했는데 이쉑히가 펑크를 냈다. 내일 만나쟨다. 무슨 과제가 많다느니 하더니, 전화기 너머로 친구들 목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친구들 만나려고 그랬나보다. 귀여워서 봐준다. 동생도 어느새 부쩍 큰것 같다. 작년 이맘 때까지만 하더라도 약속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감이 있었다. 내 친구랑 과외를 하기로 했는데, 만나기로 해놓고는 잠수를 타버리는 것이다. 물론 과외가 부담이 되는 건 이해를 하겠지만, 그렇다고 나와서 기다리는 사람 연락도 안 받고 몇 시간씩 기다리게 하는 건 안 될 일이지 않은가. 그래서 좀 뭐라고 했다. 약속을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가족이랑 약속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인데다가 과외 약속인데 연락을 안 하고 그렇게 안 나가 버리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기다리는 사람 마음을 생각해보라고. 너를 위해 일부러 시간도 빼고, 너 가르쳐 줄려고 이것저것 준비해왔을텐데, 연락도 안 되고 얼마나 답답하고 기분 상하겠냐고. 굉장히 오랫동안 거기에 대해서 내 친구에게 미안해하더니 (귀여울 정도로) 이제는 나한테 전화해서 '갑자기 말 바꿔서 미안'이라고 한다. 카톡 대화명만 봐도 옛날보다 많이 성숙해진 듯 하다. 개강 직후에는 좀 낯설어하는 것 같더니 이젠 또 많이 좋아진 것 같고. 토익 수업을 듣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 수업료를 다 마련해주지 못했다. 70만원이었는데 엄마가 돈이 없다고 해서 내가 50만원을 낼 테니 20만원만 보태라고 했다. 근데 20만원도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못하고 말았다. 처음으로 자기가 먼저 뭔가를 해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나도 돈이 그이상 없어서 더 보태주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물론 토익은 나중에 해도 상관 없지만, 새학기 들어 처음 하고자 했던 일이 돈이 없어서 좌절되면 그 다음에 동생이 또 뭔가를 할 때마다 돈 걱정을 하게 될까봐, 그래서 하려는 마음을 아예 먹지 않게 될까봐 걱정이 됐다. '돈도 없는데' 하는 그런 생각들. 돈을 좀 모아놔야겠다. 민사소송으로 위자료 받으면 동생 몫을 좀 따로 떼놔야지. 물론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도 자기 앞가림 해야한다는 사실을 체감해야 하니까. 너무 좌절감 갖지 않게끔만, 위축되지 않을 만큼만 도와줄 것이다. 그래서 대학 생활 동안 꼭 하고 싶은 것을 해봤으면 좋겠다. 뭐가 됐든. 나도 쥐뿔 돈도 없는데 두 번이나 자비로 해외봉사를 갔다 왔다. 물론 쉬는 날도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았고, 학기 중에 쉴 시간도 없이 빡빡하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이었지만, 어쨌든 분명한 건 돈이 없어서 못 가진 않았다는 것이다. 일단 저질러 놓으면 돈은 어떻게든 마련되게 되어 있다. 내가 배운 정신은 이것이다. 나는 그래도 사지 멀쩡하고 돌봐야 할 가족도 없고 국가 장학금 해택도 받을 수 있으니 돈이 없어서 뭔가를 할 수 없다는 건 핑계일 뿐이라고. 내 동생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 사실 민사소송으로 위자료를 받으면 하고 싶은 게 꽤 있다. 미리부터 김칫국 마시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뭔가 기대된다. 돈으로 내 지난 날들을 다 보상할 순 없지만, 그래도 나 자신에게 값진 선물을 줄 순 있을 것이다. 돈이 생기면 어느 정도는 날 위해 저금 해두고 어느 정도는 동생을 위해 저금 해두고 어느 정도는 그동안 감사했던 분들과 기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데 쓰고 싶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는 세계 여행을 떠나고 싶다. 지금 아니면 내가 언제 그 돈을 벌 수 있을 지 알 수도 없고 써버리면 다시는 못 가니까. 생긴 김에 갔다오고 싶다. 살면서 세계 여행 한 번 쯤 해보는 것도 멋지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다닌 곳마다 어딘가에 이런 종류의 메모를 남겨 놓는 것이다. 'I was raped from my father for more than 5 years. So I accused him, and he went to jail. And now I am here. I've been terribly suffered from the past. Anyway,I am here. I am feeling so nice. I can feel the present. Thank you for everything. Bye.' 재미있을 것 같다. 이번 해에는 동아리 활동을 해야해서 빨라야 내년이 되겠지만, 그래도 꼭꼭 할 것이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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