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quatre.
  hit : 2638 , 2014-03-22 17:43 (토)


아주 오랜만에 노트북을 들고 도서관에 왔다.
핸드폰에 테더링해서 일기를 쓰고 있다.
상담소에서 글을 하나 써달라고 하셔서 그 글도 마무리 짓고,
두 번째 재판에서 진술할 내용을 준비해서
다음 주에 변호사님하고 피드백해야 하니까 그것도 준비하고! 
이제 봄옷들도 좀 사야하니까, 지출 계획도 세울 겸 나왔다.
집에 있으면 책상이 없어서 솔직히 집중하기 힘들다.

침대에 누워서 하면 허리도 아프고 턱도 아프고,
식탁에서 하자니 다른 사람들 밥먹는 상에서 뭐 하는 것도 좀 그렇고.
그래서 그냥 나왔다.

나오니까 오히려 집중도 더 잘 되고 좋다.
날씨도 아주 따뜻하고 좋고.

다시 괜찮음 모드로 돌아온 것 같다.
꽤나 오랜만이다.
8개월만인 듯.

필리핀 갔다오고 나서 방전되었다가, 
이제 다시 충전이 된 것 같다.
아주아주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도 그 때와는 달리 많은 것들이 변했고! 




.
.


할 일 좀 하다가, 
저녁으로 혼자 순대국을 먹어야겠다.
원래 동생을 만나기로 했는데
이쉑히가 펑크를 냈다. 내일 만나쟨다.

무슨 과제가 많다느니 하더니,
전화기 너머로 친구들 목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친구들 만나려고 그랬나보다.

귀여워서 봐준다.

동생도 어느새 부쩍 큰것 같다.
작년 이맘 때까지만 하더라도 
약속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감이 있었다.

내 친구랑 과외를 하기로 했는데,
만나기로 해놓고는 잠수를 타버리는 것이다.
물론 과외가 부담이 되는 건 이해를 하겠지만, 
그렇다고 나와서 기다리는 사람 연락도 안 받고
몇 시간씩 기다리게 하는 건 안 될 일이지 않은가.

그래서 좀 뭐라고 했다.
약속을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가족이랑 약속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인데다가
과외 약속인데 연락을 안 하고 그렇게 안 나가 버리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기다리는 사람 마음을 생각해보라고.

너를 위해 일부러 시간도 빼고,
너 가르쳐 줄려고 이것저것 준비해왔을텐데, 
연락도 안 되고 얼마나 답답하고 기분 상하겠냐고.

굉장히 오랫동안 거기에 대해서 내 친구에게 미안해하더니
(귀여울 정도로)
이제는 나한테 전화해서
'갑자기 말 바꿔서 미안'이라고 한다.

카톡 대화명만 봐도
옛날보다 많이 성숙해진 듯 하다.
개강 직후에는 좀 낯설어하는 것 같더니
이젠 또 많이 좋아진 것 같고.

토익 수업을 듣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 수업료를 다 마련해주지 못했다.
70만원이었는데
엄마가 돈이 없다고 해서 내가 50만원을 낼 테니
20만원만 보태라고 했다.
근데 20만원도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못하고 말았다.

처음으로 자기가 먼저 뭔가를 해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나도 돈이 그이상 없어서 더 보태주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물론 토익은 나중에 해도 상관 없지만,
새학기 들어 처음 하고자 했던 일이 돈이 없어서 좌절되면
그 다음에 동생이 또 뭔가를 할 때마다 돈 걱정을 하게 될까봐,
그래서 하려는 마음을 아예 먹지 않게 될까봐 걱정이 됐다.

'돈도 없는데'
하는 그런 생각들.

돈을 좀 모아놔야겠다.
민사소송으로 위자료 받으면 동생 몫을 좀 따로 떼놔야지.
물론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도 자기 앞가림 해야한다는 사실을 체감해야 하니까.
너무 좌절감 갖지 않게끔만, 
위축되지 않을 만큼만 도와줄 것이다.


그래서 대학 생활 동안 꼭 하고 싶은 것을 해봤으면 좋겠다.
뭐가 됐든.
나도 쥐뿔 돈도 없는데 두 번이나 자비로 해외봉사를 갔다 왔다.
물론 쉬는 날도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았고,
학기 중에 쉴 시간도 없이 빡빡하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이었지만,
어쨌든 분명한 건 돈이 없어서 못 가진 않았다는 것이다.

일단 저질러 놓으면 돈은 어떻게든 마련되게 되어 있다.
내가 배운 정신은 이것이다.

나는 그래도 사지 멀쩡하고
돌봐야 할 가족도 없고
국가 장학금 해택도 받을 수 있으니
돈이 없어서 뭔가를 할 수 없다는 건 핑계일 뿐이라고.

내 동생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



사실 민사소송으로 위자료를 받으면 하고 싶은 게 꽤 있다.
미리부터 김칫국 마시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뭔가 기대된다.

돈으로 내 지난 날들을 다 보상할 순 없지만,
그래도 나 자신에게 값진 선물을 줄 순 있을 것이다.

돈이 생기면
어느 정도는 날 위해 저금 해두고
어느 정도는 동생을 위해 저금 해두고
어느 정도는 그동안 감사했던 분들과 기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데 쓰고 싶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는 
세계 여행을 떠나고 싶다.

지금 아니면 내가 언제 그 돈을 벌 수 있을 지 알 수도 없고
써버리면 다시는 못 가니까.
생긴 김에 갔다오고 싶다.

살면서 세계 여행 한 번 쯤 해보는 것도 멋지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다닌 곳마다 
어딘가에 이런 종류의 메모를 남겨 놓는 것이다.





'I was raped from my father for more than 5 years.
So I accused him, and he went to jail.
And now I am here. 
I've been terribly suffered from the past.

Anyway,I am here.

I am feeling so nice.
I can feel the present.

Thank you for everything.

Bye.'






재미있을 것 같다.
이번 해에는 동아리 활동을 해야해서
빨라야 내년이 되겠지만,
그래도 꼭꼭 할 것이다아



열매  14.03.22 이글의 답글달기

대단하신 분이네요~ 마음도 단단하고 강하신!!
꿈을 위해 전진하세요^^

   버나드박 [1] 00/00/00
   일기장 만들기 진행현황 [7] 14/03/29
   아빠에게 쓰는 편지 [1] 14/03/23
-  도서관
   핸드폰 케이스 [2] 14/03/19
   귀가 아프다 [3] 14/03/19
   일상 가꾸기 [2] 14/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