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쓰는 편지 │ quatr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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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베네에 앉아 아빠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다음 달에 있을 재판 때 하고 싶은 말을 생각 중이었는데, 정리가 잘 되지 않아서 아빠한테 편지를 써보기로 했다. 그러면 하고 싶은 말이 잘 나올 것 같아서. 결과적으로 술술 나오고 있다. 벌써 편지지를 8장이나 채웠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17년 동안 담아왔던 이야기들, 궁금했던 것들, 하고 싶었던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쓸 수록 속이 시원하다. 카페에서 하는 건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 괜히 많이 다운 되지도 않고. 어디 사람 없는 곳에서 혼자 하면 하염없이 기분이 우울해지니까. . . 카페 베네 초코칩 프라페노는 참 맛있다. 내가 모든 카페 음료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음료이다. 돈이 아깝지 않은 유일한. 토마토치즈토스트도 사먹었다. 치즈라길래 슬라이스 치즈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모짜렐라여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같이 있던 친구는 남자친구와 운동을 하러 갔다. 전 남자친구와 힘들게 끝냈는데, 그래도 이번엔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기쁘다. 물론 조금 걱정되는 면이 없진 않지만. 뭐랄까, 전 남자친구와 끝내고 곧바로 시작한 연애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친구가 굉장히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고 있다. 가볍다는 건 아무렇게나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아무 기대도 하지 않으려'한다는 것이다. 관계에 있어서 너무 기대하는 것도 서로를 힘들게 하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는 것도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할텐데- 친구가 이번만큼은 행복하게 연애했으면 좋겠는 마음이어서 조금은 걱정이 된다. 내 친구가 지금은 조금 지쳐있어서 기대를 내려놓고 싶어하는 거라는 걸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한테야 그렇게 얘기하지만, 뭐 친구도 그 사람이 좋으니까 만났겠지. 만나서 좋아하다보면 당연히 바라는 게 생기겠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나 잘하자. 내 연애도 제대로 못하면서(메롱) 이제 연애하는 게 좀 귀찮긴 하다. 더군다나 지금은 상황이 좀 복잡하니까. 누굴 만나게 된다면 복잡하게 설명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앞으로 누굴 만나게 되더라도, 가족들을 설명할 때 뭐라고 해야 하는지. 아빠는 감옥에 있어. - 왜? 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적절한 거짓말을 준비해두든지, 아예 이야기를 꺼내지 않든지 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불행하게도 정말 거짓말을 못한다. 비밀이 있으면 거짓말이라도 잘해야 하는데, 거짓말을 하면 얼굴에 바로 티가 난다. 잘 꾸며내지도 못할 뿐더러 거짓말을 하는 기분은 너무 엿같아서 몇 마디 하지도 않고서 내가 먼저 포기해버리고 만다. 아니면 아예 언급을 피하든지. 그러면 상대방이 화가 나겠지. 말을 안 해준다고. 아무튼 복잡한 문제이다. . . 재판 날 법정에 가서 아빠에게 이 편지를 읽어주고 싶다. 그게 내 소원이다. 그렇게 하고 나면 정말 속이 후련하고 나 자신이 자랑스러울 것 같다. 내 인생을 책으로 비유하자면, 한 챕터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중이다. 절정과 마무리를 향해. 이 장이 끝나면, 새로운 장이 펼쳐지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클라이맥스이니, 이 상승세에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자:) 그리고 이제 집에 가야겠다. 몇 시간 동안 편지만 썼더니 눈도 아프고 피곤하다. 한 5시간은 편지를 쓴 것 같네. 집에 가서 씻고, 하우스도 보고, 친구가 오면 친구랑 수다도 좀 떨어야지. . . 내일은 동아리 모임이다. 게다가 처음으로 신입생이 오는 날! 공연도 보여줘야 되고, 악기를 체험하게 해줘야하니까 어떻게 할 지도 생각해야 한다. 이제 편지는 아주 잠깐 미뤄두고, 그걸 생각............. 아, 상담소에 보낼 글 마무리 안 했다. 얼른 악기 가르쳐줄 내용 정리해놓고 상담소에 보낼 글 정리해야지.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도서관을 가든지 카페에 가서 할 일들을 해야겠다♡ . . 이렇게 재잘거리는 건 오랜만이다. 두서없이 재잘 거릴 수 없어서 참 기분이 좋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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