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업이 없다보니 가만히 앉아 업무를 처리하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한게 내가 하루종일 이 학교안에 있다는걸 실감하게 된다. 여기저기 눈 때문에 어딜 가지도 못하고 교무실에 앉아 사람들이 오가고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를 고스란히 보고 듣고 있다.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중에 교무실이 웬지 낯설고 빨리 나가고 싶어 머리를 긁적이거나 자연스레 고개를 약간 숙이고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고 종일 애들한테 질려 허리펴로 들어오시는 나이 지긋하신 선생님들은 안방처럼 편안히 들어오셔서 커피한잔 하고 가시기도 한다. 복도에 통행구분을 위해 가운데에 그어진 노란선을 100미터 트랙처럼 여기고 달리기를 하는 1학년 아이들이 후다닥 지나가고 나면 뒤늦은 걸음으로 나가 애들 꽁무니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교무실 바로 위층에는 2학년 교실이라 쉬는 시간만 되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릴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보다 아이들 발소리가 먼저 울린다. 새벽에 어스름한게 낮이되면 해가 뜨겠지라고 있었는데 어스름한 새벽은 시간이 지나도 새벽이 되더니 부슬부슬 비가온다. 하루종일 회색만이 가득하다. 빗방울이 굵어지다 얕아지다 흩뿌리다 멈추다를 계속해서 반복한다. 교감선생님은 오늘 출장에 교무행정사는 반일연가를 내고 집으로 가버렸다. 어째 혼자서 교무실에 앉아 있노라니 허전하기도 하고 여기 왜 앉아있는지도 모르겠고 뒤숭숭하다. 2교시 마치고 설문지를 가져다주는 핑계로 잠시 차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몇 일이고 바뀌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105.1 이비에스 라디오가 무심히 흘러나온다. 시에 관한 이야기다. 교양있고 따뜻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말투에 괜시리 심술이 났지만 가만히 듣고 있노라니 이것도 꽤나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윤슬. 물에 이는 작은 물결을 순 우리말로 윤슬이라고 한단다. 윤슬...얼마나 예쁜말인지...그리고 같은 말로 물비늘이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물비늘...이상하지. 물비늘이라는 말에 한참이나 생각없이 걷던 금오지의 호수가 거대한 물고기처럼 느껴졌다. 바람에 일렁이고 떨어지는 나뭇잎에 파동이 번지고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는 울림에 가늘게 떨리는 작은 일렁임까지 모여 크고작은 물비늘을 가진 거대한 물고기처럼 말이다. 머릿속에 은빛 비늘의 커다란 잉어가 떠오른다. 그리고 한순간 수면위로 빛나는 비늘을 뽐내며 뛰어오를 것 같았다. 어느 강태공에도 쉽사리 목숨을 내어주지 않을 강하고 튼튼한 물고기 한마리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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