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 없는 나 │ 미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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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가는 가을이다보니 저녁 6시만 되면 깜깜해진다..지난 여름 그렇게 짜증나고 싫어했었는데 어느새 정 반대의 계절이 다가오네.. 지금 스피커에서는 김광석의 거리에서에 이어 이현우의 카라 노래가 흘러 나온다. 나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는 노래라 생각해.. 오늘은 용이가 내 마음을 잔뜩 흔들어 놓은 날이다. 민진이랑 잘 해보라는 행동이었는데 난 자신이 없었다.. 지난 시절이 다시 생각났었고 또다시 그런 일은 나에게 닥치면 난 정말 무너져 버릴것 같았기 때문에. 물론 그때의 기분은 정말 좋았다..민진이가(농담인진 몰라도 ) 나를 좋아한다고..사랑한다고 했을땐. 하지만 난 다시 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난 아니었기 때문에..난 그런거와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예쁘고 착하고 얼마든지 좋은 사람 만날수 있는 애를 내가 막을순 없기에..난 아무말도 못했다. 민진아..다른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 기억해줘.. 난 너를 좋아하고 우리 기계과 여학생을 좋아하고 우리 학교 여학생을 좋아하고 이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여자들을 좋아한단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난 우리 엄마를 이해하고부터는 여자는 절대로 슬퍼서 울어서는 안되고 절대로 힘들어서는 안되고 절대로 고생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난 못생겼고 내성적이라 여자를 가까이 못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나로인해 힘들어하는 그녀를 보면 내자신이 그걸 못볼것 같아서야.. 미안하다..내가 쓸데없는 말을 했지..너에겐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인데 말이야.. 그냥 이해해라..답답해서 혼자 적어본 말이니깐.. 집에 간다고 했지? 네가 좋아하는 남자가 휴가 나왔다고 보러 가야된다고.. 가게 되면 좋은 시간 보내고 와라..군에 있는 동안 남자는 여자친구를 보기위해 힘든생활을 꾹 참고 며칠 안되는 휴가만을 기다리니까....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리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애리는 일이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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