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로맨스, 끝은 호러...   2015
  hit : 2480 , 2015-01-20 04:56 (화)
여자가 있다.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여자다.

데이트를 했다.
술을 마셨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느낌이 오고 갔고
눈길도 오고 갔다.

봄 바람을 느끼며 나왔고
같이 걸었다.
슬쩍 손을 잡았고
좀더 용기 내어 여자의 어깨를 안았다.
슬며시 기대오는 여자와
두둥실 걸었던거 같다.

그때였다.

누군가 여자의 어깨를 안았던
내 손을 떼어냈다.
보니, 웬 남자...아니, 
소년티를 아직 벗지 못한 청년이었다.
직감했다.
여자에게 '고민'이 되는 남자인거다!
여자에게 고민의 지점은,
남자이기도, 그렇다고 남자가 아니기도 뭐한...
난 분노했다.

'두번 다시 내 손을 건들지 마라.
그리고 이렇게 남의 시간을 방해하면,
그만큼 치뤄야 할게 많다는걸 알게 해주겠다.
자신있나? 확실하나? (대답이 없다)
누군지 알고 싶지도 않으니, 
꺼져라!'

내 일갈에
꿀먹은 벙어리가 된 남자를
두고 다시 여자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아까의 봄바람은 없어졌고,
어색한 침묵만 있었다.
살그머니 여자를 둘렀던 팔을 풀었다.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여자에게 그냥 택시타고 가라고 했다.
그러자 여자는 갑자기 미안하다고 했다.

'미안해요...가봐야겠어요...
정말....죄송해요...'

무슨 말인지...이해했다.
괜찮다고 했다.
아직 멀리 가지 않았을거라고
뛰어가면 될거라고 했다.

여자가 뛰어가는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바람을 피해
담배불을 붙이는 척 했다.

담배를 피우는데,
근처에 아는 동생놈이 앉아 있었다.
거기서 같이 앉아 술을 한잔 더 했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놈들이
나타나 시끄럽게 술주정을 하는거다.

피식대며 웃던 동생놈이
그 아이들한테 갔다.

'시끄럽다. 이 병아리 새끼들아.
삐약삐약. 엄마 닭 찾냐? 씨바, 안 꺼져?' 

그 중 한 놈이
두고보라며 뛰어갔다.

거기를 빨리 벗어나야한다는 
예감이 들었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취했지만 
매우 빠른 발걸음으로 
폭도와 같이 몰려오는 수십명의 
검은 사내들에게서 도망을 쳤다.

헐떡이며 어떤 빌딩으로 들어갔는데,
층 전체가 텅텅 비어 있었다.
피할 곳이 전혀 없어서
다시 나오려는데, 이미 무리들이
몰려 들어왔다.

할 수 없어
창을 통해 나가서
윗층으로 올라갔다.
미끈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윗층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들이 모여
무슨 실습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무사히 나를 올라오게 잡아줬다.
뒤이어 올라오는 무리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창을 닫아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폭도들의 표정이 이상했다!
뒤쫓아 오는 추격자의 표정이 아니라,
무언가에 쫓기는 도망자의 표정이었다.
그 순간, 피가 튀었고
창안으로 꿀럭대며 핏물이 넘쳐 들어왔다.
우리를 뒤따라왔던 그 무리들이
모두 살해, 아니 도륙당한 것이다!
점점 피가 불어나는데...

그 '도살자'가 누군지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를 죽일수 없다는 것도... 
왜냐면, 그는 이미 죽은 몸이니까...

그리고
그를 창조한건
바로 나였다는 거!



여기까지 진행되고는
'짜증'나는 소름과 함께 
잠에서 깼다.

한동안 꿈 안꾸다가
오늘 아주 제대로...
무슨 옴니버스도 아니고...






프러시안블루  15.01.20 이글의 답글달기

홍상수로 시작해서 김지운으로 끝내신거 같은데...

무아덕회  15.01.20 이글의 답글달기

하하하하하하하. 해몽을 하려고, 키워드 검색을 시도했더니 17개 키워드가 따로 분류가 되는 '본격짬뽕장르개꿈'인듯 합니다. ^^;;

에헿헿  15.01.20 이글의 답글달기

진짠 줄 알고 놀랬잖아요ㅋㅋㅠ

무아덕회  15.01.21 이글의 답글달기

고마운 댓글인데요? ㅎ

콩쓰  15.01.21 이글의 답글달기

흥미 진진하게 읽었는데, 꿈이었군요ㅎㅎㅎ

무아덕회  15.01.22 이글의 답글달기

꿈이 흥미진진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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