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칵 외로움이 밀려왔다.
100미터 건너에 당신이 있는데, 환하게 켜진 방을 보면서도 나는 내내 외로웠다. 외롭다고 말할 수도 없었고, 잠깐 나올래? 라고 할 수도 없었고, 또 감히- 투정부릴 수도 없었다.
오롯이 내 몫이니까.
조금씩, 굳어지는 것 같다. 머리가. 생각을 글로 써내려가는 것도, 말로 풀어내는 것도 조금씩 예전같지 않다. 감마나이프의 부작용으로 읽었던 내용들이 자꾸 떠오른다.
뭐라고, 써야할 것 같고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 머리 속에만 맴돌고, 단어들이 문장들이 쉬이 나오질 않는다. 이렇게, 한 사람이 병신이 되는구나.
죽은 내 시체 위에 구더기가 들끓는 꿈을 꿨다. 그러다 과일통조림에서 구더기 두 마리가 나오고, 집 안 곳곳에서 구더기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더니 온 방 안이 구더기로 뒤덮히는 장면들로 바뀌고 바뀌는 꿈을 꿨다. 모르는 사람들이 누워있는 내 주변을 둘러싸고 울고 있는 장면들이나. 나를 따라가자며 손을 잡아끌고, 당신 또는 다른이들이 안된다고 외친다.
눈뜨고 깨어나서 생각하니, 그냥 그 손을 잡고 가버려도 괜찮았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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