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의 화장, 김훈의 화장 │ 2015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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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로 영화 <화장>을 봤다. 영화는 김훈이 쓴 원작소설의 느낌을 살리는데 실패했다. 임권태 감독이 의도적으로 원작을 비틀었거나, 작품을 잘 못 해석했거나....... 영화는 그냥 "50대 남성의 방황과 성찰"에 대한 이야기다. 화장품 회사의 중역 오상무는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지만 추은주라는 매력적인 여직원에게 정신없이 마음이 끌리는 걸 어쩌지 못한다.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는 안될 일인가?.......어쩌지. 난 이해한다) 이들 사이엔 밀땅도, 가벼운 스킨십도 없다 어렴풋이 상대의 감정을 짐작할 뿐이다. 아내의 죽음후 유품을 정리하면서 오상무는 추은주에 대한 마음까지 정리한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김훈의 원작소설이 그리고 싶었던건 그게 아니다. 오상무가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신사이지만 전립선 비대증으로 오줌을 누지 못해서 소변용 비닐팩을 다리에 차고 살듯 아내의 암도, 병수발도, 장례식장에서 조차 새로 출시할 화장품의 컨셉을 정해야 하는 것도, 심지어 교통사고 처럼 갑자지 여직원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도 삶을 살아가며 마땅히 치뤄야할 월세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담담하게 그것들을 감당하고 흘려 보낸다. 원작 속의 오상무가 추은주에 대해 한 일이라곤 그녀의 이력서를 살펴보는 정도이다. 새벽에 병상의 아내가 숨졌음을 확인한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오열을 하거나 딸에게 엄마의 죽음을 알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딸에게 전화하는 것을 미루고 장례치를 기운을 회복하기 위해서 사우나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병원에 들러 오줌을 뺀다. 인생을 길에 비유한다면 그 길의 끝에 무었이 있는지, 그 길을 가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지 중년의 사내들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묵묵히 가야만 하는 풍경의 쓸씀함과 비애... 내 생각엔 원작 소설 <화장>은 그 쓸쓸함과 비애를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걸 말하기엔 안성기의 인상이 너무 착하고 평면적이다. 난 이경영이 적임자였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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