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생존자의 연애? │ cinq. | |||
|
요즘은 이 주제로 에세이를 쓰는 중이다. 기말 에세이인데, 인터뷰도 하면서 재미있게 쓰고 있다. 생존자들을 상대로 '연애'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인터뷰를 하면 할 수록 뭔가 깨닫는 것도 많고- 이 주제를 하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연애에 대한 내 생각도 뭔가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고, 그 동안은 아무 외부 자극이 없어서, 그냥, 덩어리였는데 지금은 여러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그 테두리에서부터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중이다. 이게 시작이다. 이 화학 반응. 그리고 이렇게 반응이 시작되면 언젠가 다른 물질로 변해 있는다. 시작이 반이라는 뻔한 속담처럼. 어떤 고민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그러면 그건 끝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는 뜻이니까. 어쨌든 나름 답보 상태였던 연애에 대한 고민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나름의 수확은, 나의 비관적인 마음이 조금은 바뀌었다는 것이다. 나도 잘 이해가 안 되고 비합리적이라는 걸 알지만 나는 연애를 못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경험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상대와 만나고 싶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그걸 나눌 용기는 없었기 때문에 내가 만날 수 있는 상대는 없다고. 그런데 몇 몇 생존자 분들을 인터뷰하면서, 나와 똑같은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으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봤고, 무엇보다도 어렵지만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심지어 이런 부분에 대해서 같이 해결해나가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센세이션. 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책에서 읽은 적은 있지만, 실제로 들은 적은 처음이었다. 정말 신선했고, 부러웠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그래서 그런 사람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제부터 좋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내가 성폭력 피해자라는 걸 이해해줄까'를 고민하면서 '아닐 거야'라고 단정 짓고 벽을 치기 전에 나와 그렇게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인지 알아보아야지. 그럴 수 없다면, 물론 그런 결론이 났을 때 나는 상처를 받겠지만, 그래도 그런 경험들을 통해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의 실패, 두 번 다 나누진 못 했다. 첫 번째 사람과는 나눌 생각도 못 했고 두 번째 사람과는 나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금방 고갤 돌려버렸다. 그래서 한 동안은 귀찮다는 핑계로 외면을 했었는데. 사실 지금도 무섭다. 싫고 귀찮고 관심 없고 이런 말들은 그냥 핑계인 것 같다. 나는 그냥, 좀 무섭다. 나라는 존재가, 그 연애라는 관계의 장에 들어가는 게. 걸음마 하는 것처럼 차근차근 배워야지. 그러면 이 긴 인생에 언젠가는 배우겠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 . 그래서 내 꿈은 다시 연애도 하고 싶고, 이 문제에 있어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다. 연인 관계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