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됐고, 수습이나 하자.   cinq.
  hit : 2046 , 2015-07-01 12:38 (수)


지난 한 학기 동안 돈 한 푼 벌지 않고

그냥 학교 생활에만 집중했더니,

역시 지금 자금난이 왔다.


생활은 체크소액신용카드로 하고 있어서 이미 마이너스고,

동생에게 12만원, 친구에게 10만원을 이미 빌려서 썼다.

핸드폰 요금, 건강보험료, 전기세를 못 냈고,

당장 지난 달에 썼던 소액신용 결제 대금 20만원과,

이번 달 월세 15만원, 공과금 5만원을 낼 돈이 없다.


그러니까 정리해보면 내게 필요한 돈은 약 70여 만원 정도.

아르바이트를 구했으니 다음 달에 125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중 20여만 원은 다음 달에 갚으면 되니 당장은 필요 없고,

정리해보면 이번 달에 필요한 돈은


1. 소액 신용 카드 대금 20만원 (7월 10일)

2. 핸드폰 요금 116,221원(최대한 빨리)

3. 월세 15만원 + 공과금 3만원 (7월 20일)
4. 보험료, 전기세 등 3만원 (최대한 빨리)

= 526,221


4번은 지금 유로 소액 환전해서 얼른 내고.

1번은 동생에게 빌려야겠다.

동생이 10일에 월급 타니까-

동생에게 돈 빌린다는 게 굉장히 미안하고 멋쩍지만,

그래도 신용카드 대금을 밀리면 신용도에 타격이 있으니

이건 웬만하면 밀리지 말아야지.


2번은 이번 주 주말에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

당일 지급해주는 연회장 서빙 아르바이트 같은 걸 해서,

10만원 이상 받아서 넣어버리고.

3번은 다른 친구에게 빌려야겠다.

S나 룸메 언니에게 15만원 만 빌려야겠다.


**그리고 이번 달 생활비는 다른 은행에서 소액 신용카드 만들어서 써야겠다.

일단 이렇게 하고, 되도록 주말 아르바이트 빡세게 해서 현금 만들어놓기.




아아 정신 없어.

어쨌든 뭐 난 또 돈이 왜 이렇게 없녜,

이런 생각 하면서 스트레스 받기 없기!


지난 학기에 아르바이트 했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도

교환학생 가고 싶어서 학점 관리 한다고 아르바이트 안 한 건 나다.

덕분에 지금껏 학교 다니면서 나왔던 것 중에 학점 제일 잘 나왔어.

일 했으면 아마 그렇게 못 나왔을 지도 몰라.


한 학기 동안 많이 배웠고,

그 뒷수습 지금 한다고 생각 하면 되.

왜 한 학기 아르바이트 안 했다고 바로 이렇게 구멍 숭숭 뚫리냐고 물어보면

나도 할 말은 없어.


상황은 뻔하잖아?

아빠는 감옥가 있고,

엄마는 일 안 하고 있고.

내가 그렇다고 나 용돈 달라고 엄마를 일 하라고 부추길 수도 없는 거고.

엄마 나름 대로 일 할 동기가 없겠지.

자기 인생인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고,

이럴 때 동생이라도 일 해서 다행인 거고.


돈 모아 놓은 게 없는 건

내가 맨날 모은 돈 갖고 외국으로 날라서 그런 거잖아.

모아서 태국 가고 모아서 필리핀 가고 장학금 받아서 터키 가고!


무모하긴 하지만 어쨌든 저 경험들이 날 살리고 날 키웠어.

후회는 안 하잖아?

그리고 일찍부터 학자금 대출 갚고 자취하기 시작했고

그렇다고 취직한 게 아니라 대학생이었는데

이게 돈이 모일 조건이니?


답은 나와 있으니

괜히 비관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냥 조금 더 아껴쓰지 못 한 거

그거 하나 반성하면서 수습이나 합시당.




집도 있고,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아르바이트도 구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얼른 월급이나 탔으면 좋겠다.

일도 시작 안 하긴 했지만.


내일부터 출근이다.

비영리단체에서 단순 사무보조인데 125만원을 준다고 한다.

1달인게 아쉽긴 하지만,

그 뒤로는 단기 알바 하면서 영어 공부 해야했으니까,

나쁘진 않다.


9월에 교환학생 모집이니,

그 전에 영어 공부 해야 하고 IELTS도 봐 놓아야 하니까.

영국에 가고 싶어져서 영어 공부 더 열심히 해야 하니까.

얼른 돈 문제 해결하고 공부에 집중하고 싶다.


뭔가 문제가 있으면 다른 데에 집중이 안 된다니까 집중이@.@




.

.


그냥 이럴 때마다 집에 큰 빚 있는 사람들이 불쌍하다.

그리고 도둑질 하거나,

사채를 쓰거나 하는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된다.


그건 그런 상황이 돼보지 못한 사람이면

'그렇다고 사채를 쓰냐'고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인 듯 하다.

그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하게끔 된 상황이 중요한 거지.


그 상황에서 무엇이 보이랴.



또 이럴 때마다 부의 불평등도 여실히 느낀다.

돈이 없으면 부지런히 일해서 모으라고 하는데,

돈이 있어야 돈을 모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0인 사람들이 돈을 모으기란 여간 쉽지 않다.


조금만 일을 쉬면 현금이란 빠져나가기 마련.

그런 상황에서 우리 집은 기본 자금이 없다.

엄마가 말했다.

자신은 너무 자기가 한심하다고.

가진 것도 없고 돈 모아놓은 것도 없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 해주고 싶다.

그건 엄마가 한심한 게 아니라고.

분배가 잘못 돼있는 거라고.

애초에 자본이 독점되어 있는 상황에서

노동력만 가지고 돈을 모을 수가 없는 구조인데,

개인의 경이적인 노력으로 돈을 모은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

그런 자수성가 신화가 빈부격차를 공고화하는 데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소유와 소유권이 제도인데

어떻게 빈부격차가 자연 현상인가?

원래 사람은 불평등하다고?

원래 사람은 갖는가?

원래 사람은 남의 것을 뺏을 수 없나?


이건 다 정한 거다.

우리가 정한 거고,

우리라기보다는 필요한 사람들에 의해 정해지고

유지되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 사태를 보면서,

연금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고 동생과 엄마가 얘기하는데

너무 위험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국가 재정 규모에 걸맞지 않는 복지정책의 유지가

직접적으로 재정 부실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연금이라는 것 자체 때문이 아니다.

본질적인 이유가 그게 아니라

금융 위기로 입은 타격,

엄청난 부채,

그리스 자체적으로 통화 조절을 해 경제회복을 할 수 없었다는

유로존 체제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합쳐져서

복지를 유지하는 게 부담이 되었던 상황인 것인데,


자칫 '연금과 복지는 국가를 망하게 한다'는 논리에 이용될까 걱정이다.




.

.



다른 길로 좀 빠졌는데

어쨌든 나는 조금 더 분배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사람들이 당장의 경제적 문제에 허덕이면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나 자신에게도, 이웃에게도, 공동체에도, 나라에도, 정치에도

관심을 가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개인의 성공, 최소한의 가족 단위만 생각이 가능하게 되면

사회는 결국 여유있는 사람들의 것이 된다.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국은행이 발표했다.

전체 규모마저 성장이 더딘데,

그 구성의 건강도마저 심상치 않다.

메르스로 인한 타격은 이미 있던 상처에 흙을 뿌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고인 물은 썩는다.

고인 돈도 썩는다.

현재 돈의 흐름은 한 쪽에서 한 쪽으로 일방적으로 빨려들어가기만 하고

다시 흘러나오지는 않는 상황이다.

그것이 다시 흘러나오는 구멍은 금융 시장이다.




.

.



아무튼.

내 상황은 단순히 내 인생이 불행하거나 갸륵해서 생긴 상황이 아니니

별로 신경쓰지 말고

그냥 나는 당면한 몇 십 만원의 금전적 문제나 해결하자.


그리고 내 살아 생전에 이뤄지지는 않더라도

더 분배된, 더 건강한 사회가 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나 해야겠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듯 하다.



일단

주말 아르바이트나 구해야겠다.

B  15.07.01 이글의 답글달기

잘 될 거예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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