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생겨도, 보고 싶다...   2015
  hit : 1923 , 2015-08-19 23:46 (수)
상처가 있다.

최근에 생긴 상처이고
반복적인 외상을 입은 지점이다.

'뒤통수'라고도 하고,
'빼앗김'이라고도 한다.

물론, '빼앗겼다''라는 해석은
나의 주관적 판단이다.

당사자는 그저 '즐거운 쪽'을 택했을 뿐이고,
더 행복한 쪽으로 갔을 뿐이다.

난 '내 것'과 '남의 것'이라고 하는
구분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남의 것'을 탐내지 않지만,
'내 것'에 대한 집착도 상당한 편이다.

B군이라는 남자 후배가 있다.
술을 같이 마시면 종종 
으스대듯 말한다.

'결국 다 나랑 더 친해지더라구'

사람의 호감을 얻기 위해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결국 
내 편이 된다 생각하는 인물이고, 
또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하다.

실제로 
먼저 알게 되어 친해진건 나지만,
나중에 후배 B군과 통성명한 뒤로는, 
내 지인과 B군이 따로 만나면서 
나보다는 B군과 더 긴밀해지는 경우 많았다.

나와는 나이 차이가 꽤 나지만
몇년전 어느 순간부터,
B군이 날 대하는 느낌은... 
그냥 동년배 라이벌 정도..?

내가 작품을 의뢰받거나
새로운 작업에 들어갈때는
별 연락없다가...

자신이 대형 프로젝트를 할 때에는
술자리를 갖자고 청해놓고는 
엄살섞인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B군이 수입이 없어 힘들어 보이길래
내가 밥과 술을 사줘도 크게 고마워하지 않는다.
되려, 어제는 어떤 선배가, 그제는 어떤 친구가
또 내일은 어떤 지인이 밥 사준다 했다면서
매우 화려한 인맥을 과시한다.

아, 내가 '뒤통수'를 얘기하려는데
내 입장에서 '내 것'(사람)을 빼앗아갔던
대표적인 인물이라 그런지,
후배 B군으로 많이 샜다.
(본인은 '솔직함'이라 설명하지만...)

최근 5년 사이에
내 관심을 끌었던 여성이 3명 정도 있었는데.. 

불행히도 이들 모두
내 '뒤통수'를 쳤었다..

위에도 말했지만,
물론, 뒤통수라는 표현은
내 관점에서 본 거지만,

날 옆에서 본
여자사람 동지나
남자사람 지인들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으니
대충 그런 맥락으로 읽어도 
크게 틀린 얘기는 아닐터.

자, 그 중에, Y양이란 여성이 있는데... 
바로 B군과 관련이 있다.

이 Y양은
아는 동생인 남자 배우가 
괜찮은 여자 후배라며 만나보라고 
내게 소개를 해줬던 사람이고,
이후 몇번 만나면서 호감이 생겼던 여성이다.

결국 이 Y양이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내게 호감을 분명히 표시했고,
자기 옆을 지켜달라 얘기했기에 
난 진지하게 만나볼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날 우연히 
B군을 포함한 몇명이 청해 
나와 Y양이 함께 술 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아직 Y양과 나와의 관계 진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는 그 자리를 빌어 공표하려 했다.

그런데, 술자리에서 흥이 오른 B군이 
이 Y양에게 외모칭찬(목소리가 허스키해서 
단정한 얼굴과 겹쳐 섹시하다)과 
장신구에 대한 칭찬(시계 예쁘다), 
그리고 집이 멀어서 누가 데려다 줘야 할거 같다..
뭐 그런 식으로 추파를 날리기 시작했고,

그에 싫지 않은 반응을 보인 Y양은,
대화의 포커스를 B군과 맞추기 시작했다.

잡학다식한 B군의 끊임없는 말에
계속 재밌다는 반응을 보인 Y양은,
2차로 자리 바뀐 곳에서는 바로 옆에 앉아
서로 어깨를 기대며 손금을 본다고 손을 잡고,
서로 안주를 챙겨주고, 머리결을 만지는 등
훨씬 친밀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3차 노래방으로 옮겼을 때,
과자와 맥주를 사온다는 핑계로
두 사람은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흐음...말하고 싶지 않고...

며칠 전 술자리 '솥뚜껑 사건'은
바로 이 '자라를 보고 생긴 상처'에 기인한다.

너무나 유사한 '그림'들로
진행되는 술 자리가...

나로 하여금 구역질과 
두통을 동반하며 
대취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때, 그 Y양은 술자리 이후,
내가 단박에 관계를 정리해버렸고,
B군도 한동안 연락을 끊어버렸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B군이 청한 사과섞인 술자리에서
그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미안해요. 그런데, 
형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들었어요...'

그래.
그건 그랬던거 같다.
돌이켜 보니...

'뭐, 사람이 재밌게 살겠다는데, 
그게 잘못은 아니지 않을까요...?'

그렇다.
그 친구는 
나보다 자신이 더 
사람들을 재밌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분하게도...

며칠 전 그날, 
B군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아무리 남의 여자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신과 더 친밀해질수 있다는 '자신감'을
재차 확인 했을거라는 거다.  

물론, 내 짝의 본심은 그렇지 않더라도...
B군이 그렇게 여기게끔 됐다는 것.

왜냐하면

사케를 마시러 간 2차부터
노가리를 먹으러 간 3차까지
두 사람만 대화하고 있었고,
친밀한 스킨십(손을 잡고, 음식을 바꿔먹고,
머리결을 만지고...)까지 가능했으니까...

(이런 스킨십들 모두 '내 사람'이 아니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들이라 생각하는데...
내 짝은 또 다르게 생각하긴 하더라...)

그런데..

이런 것들.
내가 내 입으로 꺼내기가 
너무너무 싫은거다.
루저같고, 아무것도 아닌 걸로 떼쓰는,
너무 하찮은 존재같은 기분이 드는거다.

또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 내 짝이 좋아서...
한번 말했으면 됐다고
그만하라고 화를 내는 짝이 너무 좋아서...

내 진짜의
결핍을 드러내 말하지도 못해
이렇게 일기를 쓰고 앉았다는 거다.

연애는
정말 사람을 
'등신'으로 만드는거 같다.

그게 아니면,

내가...
미친건가...

너무나 멀쩡하게 
지적인 태도로 중무장한 채
일을 하는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내가...

밑바닥까지 
드러내며 
이러고 있다...

너무 화가 나고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갈수록 우울해지지만...

날 밝으면
또 추스리고
내 짝이 보고 싶을 뿐이다.

씨바.



向月  15.08.20 이글의 답글달기

동지네. 병신같은, 칠푼이 동지 아저씨.
그래요, 나도 내일 그가 선보러 간대요. 너무 화가 나고..
지난주말에 선보라고 번호받고, 난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그사이에 연락해서 약속을 잡았더라구? ㅎㅎ
배신감에 정말.... 내가 아파도- 이사람은 본인 할 거 다하고 살겠구나, 내가 죽어도, 이사람의 삶은 바뀔게 없겠구나, 싶더라구요
자존감이 팍 바닥을 치고.. ㅎㅎ

근데, 문제는 그런 그를 이해하고, 또 보고싶고 생각난다는거지. 등신같이.
독설을 날리며, 정말 배신감에 치가 떨린다며, 소리지르고 울고.. 그러면서도 시간이 지나니까, 진상같은 내모습에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해지더라는거죠.

연애- 진짜..... 지랄같아요.
그는 내일 저녁 선보고와서, 나를 또 찾겠죠.
신뢰가... 무너지고 자꾸만.. 실망하게 되요..

무아덕회  15.08.20 이글의 답글달기

'이해없는 사랑은 폭력'이라고 법륜스님이 말씀하셨는데, 이런 식의 글쓰기도 내 욕망만 채우는건 아닌지...고민도 되어요. 암튼, 맘속은 시원해졌는데...향월님도...조금은...

기쁘미  15.08.20 이글의 답글달기

허얼...허얼...허얼....
허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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