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사는 삶은 여기까지입니다. │ 합니다. | |||
|
내 삶의 태도 중 가장 잘못된 것 하나를 꼽는다면 '대충'입니다. 모든 일을 '대충'하려는 태도는 일을 여러 번 다시 하게 만듭니다. 반성을 수도없이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니 비슷한 실수를 반복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자꾸만 경솔하게,대충 일을 하고 싶더라도 의식적으로 붙잡아서 차분하게,다시 한 번 돌아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 무더운 여름, 걸어가는 길에 얕은 개울을 만났습니다. 보아하니 발목까지만 적시면 가볍게 건널 수 있어 보입니다. 맨발에 슬리퍼만 신고 있는 상황에서 시원하게 발도 씻을 겸 첨벙첨벙 건너면 될 것 같습니다. 망설일 필요가 전혀 없어보입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친구가 말립니다. 물이 보기보다 깊을 수도 있고, 바닥이 푹 꺼질 수도 있고, 유리가 있을 수도 있고 등등.... 5분만 아래로 내려가면 돌다리가 있으니 조금만 돌아가자고 합니다. 무슨 개소리냐, 갈 길이 먼데, 날도 더운데, 도대체 왜 돌아가야하느냐 딱 보면 모르겠냐 물이 뭐가 깊냐, 그리고 유리가 어디 보이냐, 만약 있어도 슬리퍼 신어서 괜찮다. 내가 우기니 친구는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먼저 들어가고 친구도 뒤따라 들어왔습니다. 한 걸음, 두 걸음 괜찮은가 싶더니 갑자기 땅에 슬리퍼가 박혀서 빠지질 않습니다. 힘을 내서 발을 뺐더니 슬리퍼는 박혀서 안나오고 발만 나왔습니다. 슬리퍼를 빼려고 몸을 숙이는 순간 슬리퍼가 물 위로 떠올라서 떠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젠장. 첨벙첨벙 슬리퍼를 잡으러 가는데 물에서 걸음은 느리기만하고 물살은 보기보다 빨라서 슬리퍼는 시야에서 점점 멀어집니다. 안되겠다싶어서 슬리퍼 잡으러 가는 것을 포기하고 일단 건너갑니다. 물 건너로 도착하자마자 슬리퍼가 떠내려간 방향으로 뛰어갑니다. 달려가다보니 운 좋게 슬리퍼가 돌다리에 걸려있습니다. 아까 친구가 말했던 그 돌다리까지 결국 왔네요. 슬리퍼를 건져내어 신으려고 보니 발바닥에서 피가 보입니다. 맨발로 건너면서 날카로운 무언가에 찔린 것 같습니다. 돌아와보니 결국 돌다리로 건널 때보다 시간은 시간대로 더 걸리고 슬리퍼도 잃어버릴 뻔하고, 다치기까지 했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속담이 있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진대, 돌다리를 옆에 두고도 무시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훗날 돌아볼 수 있는 추억은 생겼을지 몰라도 애초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실수를 추억으로 미화할 수 있는 나이는 진작에 지났습니다. - '대충'을 좋아해서 겪는 시행착오는 여기까지로 충분합니다. 더 반복하면 바보입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