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cinq.
  hit : 2682 , 2015-12-13 23:47 (일)


주말을 알차게 보냈다.
토요일은 6시까지 일을 하고 집에 왔는데
룸메 남자친구가 있어서 같이 치킨을 먹으며
응답하라 1988을 보았다.

룸메언니와 나는 택이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택이 분량이 너무 적어서 슬펐다.
하지만 덕선이 어깨에 기대는 대박 장면이 나와서
둘이 손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

오늘은 점심 때까지 자다가 자조모임에 나갔다.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좋았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같이 밥을 먹고
가까운 동네에 사는 언니랑 백화점에 갔다.
교보문고를 가려고 갔는데
마침 유니클로가 있어서 히트텍을 사려고 잠깐 들렀다.

지난 주 일요일에 후리스를 사려고 했는데
감사제 기간이 끝나서 너무 비싸서 포기했었다.
히트텍 하나는 필요할 것 같아 오늘 다시 들렀는데,
후리스가 딱! 세일을 하고 있었다.
기분이 정말 좋아서 내가 사고 싶었던 분홍색 후리스를 사왔다.
일 할 때 더러워지지 않도록 토시까지 사왔다.

교보문고 가서 중국어 공부할 노트까지 사오고 나니
이번 주가 지나갔다.
이제 가계부 정리 하고
컴퓨터로 노닥노닥거리다가 자야지.


.
.


지난 주에 출근길에 중국인 언니들과 만나서 같이 가게 되었다.
그 중 한 명은 말을 해본 적이 없는 분이었다.
같이 걷다가 그 분이 중국어로 나에게
你是中国人吗?
라고 물었다.
나보고 중국인이냐고.
그래서 내가 
你是韓国人。
라고 중국어로 대답했는데
그 분이 깜짝놀라면서
'진짜 한국인 맞아요?'라고 물었다.
맞다고 했더니 근데 어떻게 이렇게 중국어를 잘 하냐고.

기분이 또 좋아졌다.
중국어 공부 열심히 해야지!


.
.


크리스마스에 아는 언니들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일을 하게 되어서
재미가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일 끝나고 언니네 집에 모여서 같이 놀기로 했다.

그러고 나면 이제 올해도 간다.

이제는 새삼스레 '좋아졌다'고 말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나는 행복하다.
괴로웠던 시간들
노력했던 일들
모두 아득하게 멀게 느껴진다.

2013년 12월 20일.
그 날의 발걸음으로 내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었지.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을 
충실하고도 알차게 살다가 가는 것만 생각하면 되겠다.
나중에 죽을 때 정말 후회가 없도록.

방금 이 문장을 쓰다가 정말 정말 죽는게 무서워졌었다.
그래서 양치를 하고 룸메 언니랑 잠시 얘기를 하다가 왔다.
정말 무섭다.
죽는다는 건.
나는 반드시 언젠가 죽는다.
그러므로 나는 내일부터 후회하지 않도록
엄마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동생에게 전화를 하고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관심 있는 오빠와 잘 해볼 방법을 궁리해봐야지.

내년엔 연애를 해야겠다.


.
.


오늘 자조모임을 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내 첫 연애 상대는 아빠였다고.
나는 강제적으로 아빠와 연애 관계에 놓였던 것이다.
아빠는 나를 여자로 좋아했고
나와 성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했다.

나를 증오해서 괴롭히려 했던 것도
미워해서 고통스럽게 하려던 것도 아니었다.
정말 아빠는 내가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그 사랑을 표현하다가도
내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면 화를 냈고 때렸던 것이다.

그리고 강제로 섹스를 했다.

나는 그랬기 때문에
'폭력'이 아니라 '사랑'을 싫어한다.
나를 미워하고 괴롭히는 사람보다
오히려 나를 좋아하고 내게 관심 있는 사람이 더 싫다.
징그럽다.

예전에는 내가 왜 이럴까 생각했다.
내가 좋다는 사람이, 
나에게 잘 해주는 사람이 나는 왜 이렇게 '징그러울까'.

이유는 아빠가 나에게 그랬기 때문이다.
14살 때 아빠는 아파트 층계참에서 나에게 고백을 했다.
내가 여자로 좋다고.
어쩌면 좋으냐고.
그러면서 울었다.

아빠는 우는 나의 옷을 벗기며
'사랑해서 그래'라고 말했다.

그 때 침대에 앉아 울던 나에게
사랑은 곧 폭력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다는 사람이 싫었던 것이다.

이제야 좀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인정을 하고 나니
사랑을 할 용기가 생겼다.

사랑이 곧 폭력인 것이 아니다.
나의 아버지가 그런 방식으로 표현했을 뿐.

나는 이제 네 번째 연애를 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연애 상대였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그 트라우마를 딛고 
누군가를 찾고 싶다.

그게 여자든 남자든 상관은 없다.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서 잘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 사람이 내게 관심을 보여서 좋아지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좋아해서 갖게 되는 호감은
그 사람이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되었을 때 끝나기 쉽다.
내 지난 두 번의 연애가 그랬다.

이제는 내가 잘 해주고 싶은 사람
내가 좋은 사람을 찾고 싶다.
그런 사람을 찾아
사랑해주고
사랑받고
서로의 몸을 원하기도 하고
섭섭해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래보고 싶다.
그런게 폭력이 아니라 따뜻하고 좋은 것임을 느끼고 싶다.

그게 징그러운 게 아니라
포근한 것임을.


질주[疾走]  15.12.14 이글의 답글달기

하나님은 정말 대단하시고 존경스러운 분이시군요. 많은 의미로요. 그나저나 영어도 잘하시면서 중국어도 잘하시다니. 정말 어학쪽으로 재능이 있으신가봐요. 저는 개인적으로 30살이 되기전까지 4개국어 마스터하는건데 '-'...ㅋㅋㅋㅋㅋㅋ 영어 중국어 일어 한국어 이렇게 익히고싶어요. 일단 지금은 영어도 엄청 못하는 수준이지만 노력하면 저도 잘 할 수 있을거라 믿어요. 건강챙기시면서 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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