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다 부럽다   cinq.
  hit : 2420 , 2015-12-18 23:16 (금)

오늘은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씁쓸해서 울다에 들어왔다.

뭐랄까
나도 예쁘거나 귀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하루였다.
같이 일 하는 팀에 23살짜리 동생,
그리고 25살짜리 언니가 있다.
내가 24살이니 우리 셋이 또래인데,
언니는 문근영을 닮아서 예쁘게 생겼고
동생은 예쁘진 않지만 말이나 행동이 정말 정말 귀엽다.

그래서 둘 다 어른들에게 예쁨을 받는다.

사실 나는 눈에 띄게 예쁜 얼굴도 아니고
성격도 귀여운 성격이 아니라서
어른들에게 예쁨을 받는 편은 아니다.

붙임성은 있어서 두루두루 친하지만
또 내가 별로 관심 없거나
무서워하는 사람에게는 잘 다가가지 않아서
에쁨을 받지는 못한다.

우리 팀에 조장언니가 있는데
그 언니가 
내가 위에 말한 언니와 동생을 예뻐라 한다.

'우리 OO'이렇게 부르면서 우쮸쮸해주는데
나에게는 '너'라거나 '했냐?'식으로 물어본다.
사실 그게 원래 언니 말투라서 기분 나쁘지는 않은데
그래도 들을 때마다
나도 우리 하나 밥 먹었어?
라는 말을 듣고 싶어진다.

하지만 언니는 나에게는 그런 말을 잘 하지 않아서
나도 어느 날 부터인가 왠지 언니가 멀게 느껴져서
말을 더 안 걸게 되고
그러면서 점점 더 서로 안 친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언니가 나를 별로 안 좋게 생각하거나
안 예뻐하는 것 같아서 주눅 들고 무서운 걸.

사실 나는 23살짜리 동생과 엄청 친한데,
처음에는 조장 언니가 걔한테 무뚝뚝하게 굴었었다.
문근영 언니한테는 '우리 누구누구 잘 잤어?'
이러다가
동생이 힘내라고 '언니 화이팅!'이러면
'빨리 일이나 해'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고 그래서
내가 다 화가 났었다.

사실 그 때부터 이 언니가 좀 거슬렸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문근영 언니보다 얘를 더 예뻐하니까
좋긴 좋다.

드디어 이 아이의 귀여움을 너도 알았구나.
초반에 너무 스스럼 없는 태도에 거부감을 느꼈는지
'왜 자꾸 반말이야' 같은 말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 어눌한 한국말을 귀엽다고 예뻐하니까
다행이다.



.
.


나는 성격이 일관적인 편은 아니다.
나를 예뻐해주는 사람에게는 애교도 많고 귀여운데
나한테 서먹하거나 딱딱하거나 막 대하는 사람에게는
무뚝뚝하고, 약간 차갑기까지 하다.

딱히 공격적인 건 아니고
그냥 나한테 친절하지 않은 사람은 무서우니까
방어적이 되는 것 같다.

생긴 것 자체와
분위기 자체가 약한 편은 아니어서 무표정으로 있으면 무서워보인다는데,
먼저 인사도 안 하고 말도 잘 안 하면
정이 안 가긴 할 것이다.

사실 어색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한국인 관리자들에게는 인사를 잘 안 한다.
중국 사람들한테는 처음 봐도 말도 잘 걸고 하는데-
같이 일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가.
관리자는 뭔가 더 어렵고.


뭐,
누구든 성격이 일관적이진 않다.
내 옆에 동생도 처음엔 나랑 있을 때는 말이 진짜 많았는데
현장에서는 말이 별로 없었다.
특히 조장언니하고는 말을 잘 안 했는데,
아까 말했듯이 자꾸 반말을 한다고 뭐라고 해서
주눅이 든 것 같았다.

그러다가 얘가 귀여우니까
조장언니가 예뻐해주고 말도 친절하게 붙여주고 하니까,
좀 편해졌는지 이제는 나랑 있을 때 처럼 말을 한다.

사람은 다 똑같은 것 같다.


.
.

쨌든 내 성격은 원래 이렇고
예쁨을 받으려고 일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귀염 떠는 성격도 아니어서 
언니랑 동생이 부럽다고 바뀔 건 없다.

다만 내가 이걸 신경 쓰느라 조장 언니랑 사람들이 불편해지니까-
정리를 해보려고 글을 쓴다.

왜냐면 내가 하루 종일 언니에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다.
언니 말 한 마디에 일희일비 하고,
언니의 태도나 성격을 비판하고
'아 뭐 그런 걸 따져'
'왜 지적하는데 나만 보고 지적해?'
등등의 생각을 한다.

사실은 
언니는 내가 싫은가? 왜 나만 쳐다보면서 뭐라고 하지?
하는 약하고 무서운 마음인데.

하루 종일 
'저 언니는 내가 좋아하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나랑 안 맞는 거야'
라고 합리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야
나도 언니한테 예쁨 받고 싶고
사람들한테 주목 받고 싶은데 못 그래서 
위축되고 주눅들어서 그래.

여기 와서 문근영 언니는 예쁘다고 소개팅 제의도 받고
동생은 귀여워서 한 마디 하면 현장 사람들이 다 웃어주고
귀엽다고 해주는데

나는 비슷한 또래인데도 있는 듯 없는 듯 하니까-



.
.

뭐 이것 때문에 울적하다거나 한 것까지는 아니다.
사람들도 다 좋고
일도 대우도 좋아서 정말 즐겁게 일을 다니고 있다.

오죽하면 일 하면서 하는 고민이 
고작 '나도 예쁨 받고 싶다'일까.
행복한 고민이다ㅋㅋㅋㅋ

아무튼 아주 작은 고민 하나 적어봤다.

지금은 내가 살짝 한국 사람들에게 방어적이니까
조금만 더 마음을 풀어보자.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통제권 [2] 16/02/27
   아이쇼핑은 이제 끝났다. [2] 16/01/25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 날 16/01/21
-  부럽다 부럽다
   사랑 [1] 15/12/13
   짜증났던 하루 [1] 15/12/07
   살 쪘다 15/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