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호> │ 20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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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백주부의 레시피를 좋아한다. '요리'라는 영역에 쓸데없는 '후까시'를 없애려는 그의 접근법이 마음에 들고, 또 그의 요리에 첨가되는 '뽕끼'어린 맛도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기호에 따라 양만 조절한다면 더 좋다..) 콩국수를 몹시도 좋아하는 내가, 그가 알려준 콩국수 레시피대로 해봤더니 정말 '끝내주는' 콩국수 맛을 얻을수 있었다. 이토록 쉽게 '그럴듯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그의 레시피는 시리즈가 되어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입버릇처럼 말한 '쉽쥬?'와 '그럴듯하쥬?'는 그의 인기를 만들어준 핵심 요소일 것이다. 반면에, 10여년전 경주에서 콩국수가 유명하다던 맛집에 간 경험. 주인 할머니가 콩국수 주문을 받고는 음식을 내오기까지 무려 30분이 걸렸던 거다!! 게다가 맛은... 뭐랄까.... 면은 고무타이어처럼 두껍고 질겼고, 국물은 너무 뻑뻑해 투박하기 이를데 없었고 별로 시원하지도 않아 대체 이집이 왜 '맛집'인지 모르겠다며 투덜댔던 적 있다.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아니 실은, 매우 실망스럽게) 일종의 해프닝처럼 그 집을 머리에서 지우고 한 참이 지났는데... 그랬는데... 그 할머니 콩국수집이 그 뒤로, 계속 생각이 나는 것이다. 주문을 받으면 그제서야 콩을 갈기 시작해서 콩국을 만들고 반죽을 밀어 하나씩 면을 뽑아 삶아내고 그렇게 한 그릇씩 정성스레 내오던... '쉽지도 않고' '너무 진하디 진한' 그 '묵직한 맛'이 천천히 올라와 계속 내 입안에 돌게 했던 것. 이 영화 '대호'가 바로 그렇다. 단지 영화 흥행 기록만으로 평가받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만약에, '쉽게' 맛을 내기로 했다면 일본군을 좀더 선명하게 '악'으로 가면 됐다. 그리고 주인공 조선인 포수가 '선'하게 '통쾌하게' 일본을 이기는 식으로 갔다면 지금보다 훨씬 흥행은 잘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참 다행스럽게도... 비록, 지금의 입맛과 요청에 부합되지 않았더라도 그 '진정성'과 '깊이'라는 정말 묵직한 '맛'으로 승부하고 있다. 내가 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지금 나이에 이 작품을 볼 수 있다는게 참 다행이다 느낄 정도로... '자연'에 대한 존중과 그리고 '부성'에 대한 예의를, 조금이라도 품거나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묵직함에 마음이 휘청하지 않았을까... 이 작품은 오래두고 찾을 그런 영화가 될 것 같다. 잘 봤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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