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르바이트 │ hui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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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주 전부터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워홀을 가기로 마음 먹고는 경력을 쌓기 위해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내게 필요한 중요한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곳을 골라서 몇 군데 이력서를 넣었고 그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고 출근하게 되었다. 결과는 정말 잘 구했다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아르바이트 운이 너무 좋은 것 같다. 어디를 가든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정말 사람들이 좋다. 물론 생각보다 일이 좀 빡세기는 하다. 다른 건 아니고 메뉴 레시피를 다 외워야 한다. 뭐가 들어가는 지, 소스는 뭘로 만드는 지 등등- 하지만 외우는 거야 별 거 아니다. 그냥 시험 본다고 생각하고 외우면 되는 일이고, 중요한 건 사람들인데 사람들이 하나 같이 정말 좋은 사람들이고 자기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바로 많이 알려주고 많이 혼내는 것이다. 그 다음이 많이 알려주고 안 혼내는 것, 그 다음은 안 알려주고 안 혼내는 것, 그리고 마지막이 안 알려주고 혼내는 것. 마지막은 정말 최악이다. 제발 저런 곳만 걸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알바를 구하는데 이번에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곳이 되었다. 바로 전 알바는 안 알려주고 안 혼내는 곳이어서 몸과 마음은 편했지만 별로 배운 게 없었다. 그런데 이번 아르바이트에서는 배울 게 많을 것 같아서 정말 설렌다. . . 오늘은 그동안의 어색함이 조금 풀린 날이었다. 몇몇의 친구들과 말도 텄고, 장난도 칠 수 있었다. 배우느라 정신이 없고 사람들과 이야기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정말 지난 주까지는 숨막히는 어색함이 있었다. 밥을 먹을 때도 오전에 너무 많은 내용을 들어서 피곤한 탓에 입 다물고 밥만 먹게 되었었는데 오늘은 여유롭게 이야기하면서 밥을 먹었다.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다. "행복"이 이제 내 안에 있다는 확신.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있기에 이제 내가 가는 곳이 곧 행복이고 어디를 가든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말이다. 그러니 이제 못 갈 곳도, 못 할 것도 없다.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든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 . 어제는 우주의 끝을 찾아서, 라는 네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우주나 물리학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 조금 뜬금없지만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신기하게도 나는 무슨 예배를 드리거나 할 때보다도 물리학 공부를 할 때 더 감사하게 되는데 왜냐하면, 오늘 이렇게 아무 일도 없이 아침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기 때문이다. 이 카오틱한 우주에서, 간밤에 아무것도 지구와 충돌하지 않은 채로, 다시 돌고 돌아 태양을 무사히 마주하게 되었다는 것. 그것은 마치 기적과도 같아서, 내 물건들이 내 책상 위에서 떨어져 있지도, 그리고 더 가라앉지도 않은 채로, 알맞게 올려져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기적 같은가. 지구의 중력이 조금만 더 무겁거나, 달의 인력이 조금 더 강해지거나, 지구가 조금 더 빨리 돌거나, 어쨌든 그 수많은 일들 중 무엇 하나만 삐끗, 해도 유지될 수 없는 것들이다. 숨 쉬고, 걸어 다니고,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그 모든 조건이 오늘도 유지되고 있음에 감사한다. 지금 이 순간이 곧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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