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 가입 9주년 │ neuf.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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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니고 이번 주 일요일이면 울다 가입 9주년이 된다. 주말엔 내내 약속이 있어서 정신 없어서 못 들를 것 같아 미리 써보는 자축일기 ♡ 울다를 어떻게 찾게 되었는지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ㅠㅠ 아마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을 찾다가 어떻게 타고 들어오지 않았었나 싶다. 그렇게 2011년 4월 5일에 처음으로 울다에 가입했다. 당시 나는 대학생이 된 지 갓 1달이 된 신입생이었다. 부푼 마음으로 시작한 캠퍼스 생활에서 느낀 답답함을 써내려가며 시작한 일기. 그러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집안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나의 일기는 급 흑화되어가기 시작한다..ㅎㅎ 이혼으로 시작된 집안의 분열이 오래도록 묵혀두었던 성폭행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고, 나의 일기는 블랙홀에 가깝게 어두워져갔다..ㅎㅎ 그치만 이 시기에 울다의 많은 분들이 내 문제에 대해 걱정해주시고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나는 힘을 내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울다 회원님들의 조언대로 첫 상담을 받으러갔고, 첫 남자친구도 사귀었다. 봉사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대학생활도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러다 등록금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두둥...!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대출 상환이 시작되어 버린 것이다. 빚을 갚기 위한 노동의 굴레에서 지쳐가던 나는, 내 동생의 양육비를 주지 않고 새배우자와의 관계만 중요시하는 아버지에게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오래도록 고민해왔던 고소를 결심하게 된다. 생존자 자조모임을 나가기 시작했고 그 뒤로 한참을 더 고소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다 결국 마음을 굳게 먹고 아버지를 고소했다. 이 문제로 엄마와 갈등을 빚어 집을 나왔고 1년 동안 고소를 진행하면서 엄마와 연락하지 않았다. 이 때 "엄마"라는 존재가 내 인생에서 지워진 것 같다. 지금도 엄마랑 같이 살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냥 같이 사는 그녀이다..ㅎㅎ 내가 전에 느꼈던 '보호자'로서의 엄마는 없다. '보호자'로서의 아빠도 없고. 내게는 그저 동거자들이 있을 뿐,, 우여곡절 끝에 좋은 관계자분들을 만나 고소는 잘 마무리가 되었다. 심리 치료도 잘 끝났고, 나는 서서히 이 문제와 지독한 우울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며 오로지 나의 내면에만 집중하는 시간들을 가졌다. 그리고 지금은, 힘들었던 과거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공부 중이다. 더이상 과거는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이따금 떠오를 때도 있지만, 기억은 기억으로만 지나갈 뿐이다. 아버지가 출소하기 전에 등본 열람 제한 신청을 해놔야지, 정도의 생각은 든다. 지난 10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그 10년을 정말로 치열하게 살아냈고. 돌아보면 아쉬운 것들 투성이지만, 나는 지금의 내가 좋기 때문에 과거를 부정할 수가 없다. 그 과거가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니까. 앞으로의 10년은 또 어떨까 궁금하다. 소용돌이 치던 내면을 정리했으니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얼마 전부터 심리학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다. 오랜 고민 끝에 진로를 결정했다. 같은 길을 가는 분들과 함께 공부를 하며 고민을 나누는 것도 재밌고, 심리학 이론과 심리치료 방법들을 접하며 내가 나를 치료하기 위해 썼던 방법들은 무엇이었는지 확인해보고 또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지 고민도 해보고 있다. 본의 아니게 깊게 파고들어가야 했던 나의 내면 세계, 그렇게 얻은 내면 세계에 대한 통찰과 지식을 더욱 가다듬어 나 자신의 삶도 가꾸고 타인과 세상에 이롭게 살고자 한다. 앞으로의 10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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