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하는 자기 의심(FES : Frequently Emerged Self-doubt)   neuf.
  hit : 5065 , 2020-01-23 19:24 (목)


내가 제일 귀찮아하는 것이 내면에서 들려오는 자기의심이다.

로봇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때.

컴퓨터는 한 번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오류가 나거나 설정되어 있지 않은 이상

사용자가 끌 때까지 스스로 끌까 말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용자와 컴퓨터는 분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컴퓨터를 오래 사용했다고 임의로 꺼져버리지도 않고

들어가서는 안 되는 사이트를 들어가면 경고창이 뜰 뿐, 멋대로 닫아버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사람은 컴퓨터가 체내에 삽입이 되어있는 셈이라서,

과거의 내가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하기로 결정을 했어도

컴퓨터가 자체적으로 계속 위험부담을 재판단하는 과정을 시행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한 편으로 보면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이미 많은 가능성을 고려하고 내린 결정인데,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그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하다니??

걸음을 걷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정확한 계산이 반복되는 과정이 아니라면

사회적인 부분을 계속해서 재계산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 많은 조건들을 다시 불러와 순간적으로 평가하는 건 뇌의 진화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심리학자가 되기로 한 결정은

사회문화적인 여러 상황을 최대한 고려한 나의 결정이고,

하나하나의 정보를 찾을 때마다 다시 자기 의심을 할 필요가 없다.


물론 현실적인 부분을 계속해서 재판단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예 / 올 4월 지원이 가능한가? 올 10월 지원이 더 나은가, 등등)

아직 확인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자기 의심은 오히려 추진력만 떨어뜨릴 뿐이다.

그래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가장 자주 떠오르는 자기의심을 정리해두고자 한다.

                            

FES : Frequently Emerged Self-doubt

1.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2. 힘들지 않을까?

3. 후회하지 않을까?

4. 내가 이 사람들처럼 할 수 있을까?

5. 연구를 할 수 있을까?

6. 졸업하고 할 일이 없으면 어떡하지?

7. 잘못된 선택이면 어떡하지?


                            

이 자기의심들의 공통점은 모두 '~까?'나, '~어떡하지?'로 끝난다는 점이다.

또 공통적으로 '(내가)'로 시작한다.

즉, '나'에 대한 질문인 것이다.

주로 부정적 뉘앙스를 갖는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고

대체로 구체적으로 문제를 지칭하는 단어가 없으며, 막연한(추상적인) 형태를 띤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질문들은 어떤 형태를 띨까?

                            

- 합리적인 질문들 -

1. 스터디는 어디에 가입해야 하는가

2. 4월에 지원? 10월에 지원?

3. 해외로 갈 지, 국내로 갈 지

4. 연구 주제는 뭘로 하지?

5. 돈은 어떻게 해야 하지?

                            

합리적인 질문의 특징은 보통 '~가'나 '~지/~지?'로 끝나거나 아예 어미가 없다.

또 구체적으로 문제를 특정하는 단어가 꼭 하나씩 들어가 있다.

'스터디'/ '4월','10월' / '해외', '국내' / '연구 주제' / '돈'

앞으로 정보 조사를 할 때나, 준비 단계를 밟아나갈 때마다

합리적인 질문과 자기의심을 명확하게 구분하도록 하자.


그렇다고 자기 의심을 미워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서 이보다 나를 더 걱정해주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마치 주변에서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친구들이나 부모님과 같다.

나를 안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물가에 내어놓은 아이 같은 심정이겠지.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고운 심성이다.

내가 전에 다이어리에 썼던 '공포와 소통하기' 일기를 기억하자.

                            

실패가 두려운 것은 열등한 마음이 아니다.

약한 것도 아니고,

무능한 것도 아니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큰 나머지

나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나무라지 말자.

내가 그렇게 걱정되니-

걱정해줘서 고맙다, 고 인사하고 안심시키면 그만이다.

괜찮아, 안 죽어.

앞으로 자기 의심이 들 때면, 다음의 두 가지 단계를 밟는다.

1. 알아차리고 restate 하기.

예) "내가 좋은 연구 주제를 설정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걱정)하고 있구나, 라고 이야기하기.

2. 안심시키기

예)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치만 괜찮아. 지금은 알 수 없으니 일단 가서 확인해보자." 라고 생각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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