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하는 자기 의심(FES : Frequently Emerged Self-doubt) │ neuf. | |||
|
내가 제일 귀찮아하는 것이 내면에서 들려오는 자기의심이다. 로봇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때. 컴퓨터는 한 번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오류가 나거나 설정되어 있지 않은 이상 사용자가 끌 때까지 스스로 끌까 말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용자와 컴퓨터는 분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컴퓨터를 오래 사용했다고 임의로 꺼져버리지도 않고 들어가서는 안 되는 사이트를 들어가면 경고창이 뜰 뿐, 멋대로 닫아버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사람은 컴퓨터가 체내에 삽입이 되어있는 셈이라서, 과거의 내가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하기로 결정을 했어도 컴퓨터가 자체적으로 계속 위험부담을 재판단하는 과정을 시행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한 편으로 보면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이미 많은 가능성을 고려하고 내린 결정인데,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그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하다니?? 걸음을 걷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정확한 계산이 반복되는 과정이 아니라면 사회적인 부분을 계속해서 재계산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 많은 조건들을 다시 불러와 순간적으로 평가하는 건 뇌의 진화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심리학자가 되기로 한 결정은 사회문화적인 여러 상황을 최대한 고려한 나의 결정이고, 하나하나의 정보를 찾을 때마다 다시 자기 의심을 할 필요가 없다. 물론 현실적인 부분을 계속해서 재판단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예 / 올 4월 지원이 가능한가? 올 10월 지원이 더 나은가, 등등) 아직 확인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자기 의심은 오히려 추진력만 떨어뜨릴 뿐이다. 그래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가장 자주 떠오르는 자기의심을 정리해두고자 한다. FES : Frequently Emerged Self-doubt 1.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2. 힘들지 않을까? 3. 후회하지 않을까? 4. 내가 이 사람들처럼 할 수 있을까? 5. 연구를 할 수 있을까? 6. 졸업하고 할 일이 없으면 어떡하지? 7. 잘못된 선택이면 어떡하지? 이 자기의심들의 공통점은 모두 '~까?'나, '~어떡하지?'로 끝난다는 점이다. 또 공통적으로 '(내가)'로 시작한다. 즉, '나'에 대한 질문인 것이다. 주로 부정적 뉘앙스를 갖는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고 대체로 구체적으로 문제를 지칭하는 단어가 없으며, 막연한(추상적인) 형태를 띤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질문들은 어떤 형태를 띨까? - 합리적인 질문들 - 1. 스터디는 어디에 가입해야 하는가 2. 4월에 지원? 10월에 지원? 3. 해외로 갈 지, 국내로 갈 지 4. 연구 주제는 뭘로 하지? 5. 돈은 어떻게 해야 하지? 합리적인 질문의 특징은 보통 '~가'나 '~지/~지?'로 끝나거나 아예 어미가 없다. 또 구체적으로 문제를 특정하는 단어가 꼭 하나씩 들어가 있다. '스터디'/ '4월','10월' / '해외', '국내' / '연구 주제' / '돈' 앞으로 정보 조사를 할 때나, 준비 단계를 밟아나갈 때마다 합리적인 질문과 자기의심을 명확하게 구분하도록 하자. 그렇다고 자기 의심을 미워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서 이보다 나를 더 걱정해주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마치 주변에서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친구들이나 부모님과 같다. 나를 안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물가에 내어놓은 아이 같은 심정이겠지.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고운 심성이다. 내가 전에 다이어리에 썼던 '공포와 소통하기' 일기를 기억하자.
앞으로 자기 의심이 들 때면, 다음의 두 가지 단계를 밟는다. 1. 알아차리고 restate 하기. 예) "내가 좋은 연구 주제를 설정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걱정)하고 있구나, 라고 이야기하기. 2. 안심시키기 예)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치만 괜찮아. 지금은 알 수 없으니 일단 가서 확인해보자." 라고 생각하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