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강사   neuf.
  hit : 1606 , 2020-04-17 22:27 (금)



오늘은 다음 주부터 출근하기로 한 학원에 다녀왔다.
인수인계도 받고 아이들에게 인사도 할 겸.
원래 기존에 있던 학원이기는 하지만, 
이번에 새로운 브랜드로 전환하여 오픈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전 강사분이 임신을 하셔서 그만두시는 거라 좀 급하게 그만두셨다.
내가 학원에 적응할 틈도 없이 바로 다음 주부터 학생들을 모두 넘겨받게 된 것!
나는 뭔가 오픈하는 가게와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전에는 카페에 면접보러 갔더니 오픈도 안 한 카페였어서 개업 멤버로 일했고,
한 번은 학원에 알바를 구했는데 거기도 새로운 시스템으로 싹 개편해서 
새로 시작하는 학원이었다.

새로 시작하면 일단 무진장 고생이다.
시스템도 없이 처음부터 다 부딪혀서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점은 선배가 없으니 텃새가 없다는 것이고
같이 고생하기 때문에 사장들이 나에게 화를 낼 기준이 없다는 것? 

그치만 사장이 나에게 의존하고, 또 알바생 이상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점은 
또 단점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분명 이러한 난관들이 예상되지만 
솔직히 내가 지금 찬물 더운 물 가릴 계제가 못된다.
진짜 이것도 어떻게 얻은 일자리인지,,
코로나 때문에 한 달 반 동안 기다린 학원 아르바이트도 취소되고
카페는 경력이 그렇게 많은데도 면접 한 번 못 보러 가봤다.

그래서 나는 채점 관리 아르바이트가 더 끌렸음에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기계적으로 하면 되니까)
파트 강사를 구한다고 하시길래 그거라도 한다고 한 것이다.
어쩔 수 없지..혹시라도 나중에 상담 공부하다가 돈이 모자라거나 하면 
생계 수단으로 쓸 수 있는 능력 개발을 한다고 생각해야겠다.

아무튼 학원 분위기는 좀 어수선했는데
원장님은 정말 좋아보이셨다.
일을 하기 시작하면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인간적으로는 괜찮은 분이신 것 같았다.

전임 강사분도 3 년 동안이나 일하셨고, 
원장님이 그 강사분 남편 분과도 잘 알고 지내시는 거 보면
최소 인성 파탄자는 아닌 것 같다.
집까지 태워다주시기도 하고, 계속 잘 할 것 같다고 자신감도 심어주셨다.
같이 있으면 되게 기분이 좋아지고 존중받는 느낌이 드는 분이다.
사실 파트 강사로 일 하는 게 좀 부담스러웠음에도 
선뜻 수락한데는 원장님의 인성도 한 몫 한다.
여기만한 데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 주부터는 내가 수업을 나가야 하는데,,
아직 정신이 없는 지 클래스 스케쥴도 안 나왔고
따로 학생 파일도 없는 모양이었다.
학습 일지도 따로 안 적는 것 같았고, 
전에 일했던 학원보다 덜 체계적인 것 같았다.
확실히 전에 일했던 학원은 강남에 있어서 그런 지 매우 빡셌다.
학부모에게 상담 전화 꼬박꼬박 해야하고,
학생들 숙제 검사며, 시험 및 재시험, 틀린 문제 설명해주고 기록하고
보강하고, 뭘 모르는 지 수업 태도는 어떤 지까지 일일이 다 기록해야했다.
그 많은 아이들을 혼자 담당하느라 매우 애를 먹었었지.

여기는 학군이 강남이 아니라서 훨씬 더 널널한 것 같다.
마치 우리 엄마가 전에 나 학원 보내놓고 신경도 안 쓰던 것 같은ㅋㅋㅋㅋ
그 전의 경험을 살려서 아이들 개개인의 학습일지도 만들어서 관리해주고,
지금보다는 쬐끔 더 체계적으로 관리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옛날 생각을 해보면 나도 학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냥 애들이랑 놀러가는 곳이고..
딱히 기억에 남는 선생님도 없다.
기억나는 거라곤 학원에서 맨날 장난전화 하던 것, 친구들이랑 놀던 것..?ㅋㅋㅋ
그리고 내가 원장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아서 맨날 까불었던 것.
결국 그 원장선생님 때문에 학원을 그만뒀었지..

기억나는 선생님이 싫어한 선생님밖에 없다니
학원이란 정말 아이들에게 별 의미가 없는 걸까? 
이왕 시작하게 된 거 정말 잘 해주고 싶은데.

뭐 나도 이제 시작하는 마당에 처음부터 엄청난 명강사가 되고자 하는 욕심은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될 것 같다.
일단 나의 목표는,

1. 학원에 오는 게 최소한 싫지는 않게끔 해주는 것
2. 학원에 다니는 동안은 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3. 존중받고 케어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것
4. 뭐라도 하나 배워갈 수 있게 해주는 것

요정도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 지는 경험하고 공부하면서 알아나가야지! 

   재충전 [1] 20/04/26
   부족하지만 해나간다는 것 20/04/23
   꽉 찬 하루 [3] 20/04/19
-  영어 강사
   투표 [2] 20/04/15
   봄봄 20/04/08
   진퇴양난 20/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