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하루 │ neuf.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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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몸은 좀 피곤하지만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일단 첫째로 날씨가 너무 좋았다♡ 아침에 집을 딱 나섰는데 웬걸 세상이 너무 깨끗한 것이었다..! 마치 캐나다 같았다. 눈 앞이 너무나 선명하고 청량한 느낌. 절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신이 나고 행복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오랜만에 뭉치는 오랜 친구들! 넘나 예쁜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보드게임도 했다. 이 친구들을 만나면 되게 솔직하게 성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다. 요즘 연애를 하고 싶다, 성관계를 하고 싶다,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떤 자위기구가 좋더라, 등등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한다. 언제 보아도 사랑스러운 친구들 ♡ 그렇게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아쉽지만 나는 과외를 하러 갔다.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해갔는데 잘 된 부분도 있고 잘 안 된 부분도 있었다. 언제쯤이면 척척 수업을 하게 될까ㅜㅜ 늘 내가 생각한 것처럼 수업이 진행되지 않아서 속상하기도 하다. 뭔가 늘 2% 부족한 느낌? 누가 수업 어떻게 하는 지 좀 알려줬으면 좋겠네ㅋㅋㅋ 내가 수업을 들어본 지가 넘 오래 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영어 회화 수업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어서 더 그런 듯. 어쨌든 하다보면 익숙해지겠지..! 수업 끝나고는 친구(=과외 학생)가 저녁을 사준다고 해서 같이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기본 양지 쌀국수와 무슨 소곱창 쌀국수를 시켰는데 소곱창 쌀국수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칼칼하고 시원한 맛을 기대했는데 곱창이 들어가서 그런 지 굉장히 느끼했다. 쌀국수가 느끼하면 매력이 넘 반감되지ㅜㅜ 친구는 괜찮다고 해서 친구에게 다 줘버렸다ㅋㅋㅋ 밥을 먹으면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이가 같아서 29살이 된 소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친구와 나 모두, 29살이 되니 세상 일에 대한 감흥이 좀 떨어졌다. 뭐 우울하다기보다는 그냥 전보다 감정 기복이 덜하다고 해야 하나? 나쁜 건 아닌데 적응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 나뭇잎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던 시절은 다 간 것 같다.. 나쁜 일이 일어나든 좋은 일이 일어나든 "인생이 다 그런 거고 이것도 다 지나가는 거지"라는 생각을 갖게 됐달까?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고 특별히 당장 여행가고 싶은 곳도 없다. 무사무욕이라기보다는, 전에는 욕구가 충만했다면 지금은 그냥 적당한 욕구가 있는 상태? 먹으면 맛있지만 늘 뭔가가 먹고 싶은 상태가 아니고 여행을 갈 생각을 하면 즐겁지만 당장 떠나지 않으면 못 참겠는 그런 상태는 아니다. 나는 이런 상태가 반갑고 좋다. 친구는 조금 낯선 모양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게 그 친구는 나보다 훨씬 초연한 친구여서 "이게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느낌이 드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 게 정상인가, 하는 고민을 하는 듯했다. 그치만 딱히 우울한 것도 아니고 최근에 양자역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뭔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물리학을 공부하면 사람이 좀 초연해지긴 한다. 나도 물리학이나 천문학을 공부하다보면 그냥 인간사 다 부질없어 보이고 내가 지금 큰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좋든 나쁘든 우주라는 시간 앞에 별로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작은 지구에서 지지고 볶고 사는 게 무슨 대수냐,,싶은 생각. 그 친구도 아마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았고 그런 상태에서는 작은 일에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같다. 그나마 물리학을 공부하는 것 그 자체에는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하고 있는 일도 굉장히 재미있고. 다만 일 외에는 재미있는게 없어서 인생 노잼인가 싶다고. 그치만 내가 보기에는 일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으면 인생 유잼인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일에서 이미 재미를 충분히 느끼기 때문에 굳이 일상생활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다른 사람들이 취미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은 일로부터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이 재미없으니 다른 것으로부터 재미를 얻는 것인데 그 친구는 이미 낮동안 일에서 재미를 다 느꼈으니 일 끝나고 굳이 또 다른 것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는 너는 노잼이 아니라 유잼이고 감정기복이 사라진 건 아마 나이+물리학을 공부하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사실 20대 초반에 처음 만난 친구인데 이 친구는 그때부터 좀 초연한 편이긴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별로 흥분하는 법이 없고 호들갑을 떨지 않는? 아무튼 미래의 심리학자로서 자기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려달라고 해서 난 그런 것 모른다고 했다ㅋㅋㅋㅋ 어설프게 아는 척 하고 싶지 않다.. 난 그저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많은 친구로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뿐 무슨 벌써 전문가라도 된 마냥 이런 저런 진단을 내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쨌든 친구도 나도 벌써 내년이면 서른이다. 나는 나의 30대와 40대가 기대된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실제로 나의 미래가 너무 기대된다. 대단히 성공할 거라고 생각한다기보다는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사람일거라고 생각해서 내가 과연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 지 궁금하다. 30대의 나의 노력이 40대에 어떻게 꽃 필지도 궁금하고! 40대란 정말 매력적인 나이인 것 같다. 아무튼 오랜만에 꽉 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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