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상담   상담일지
  hit : 1402 , 2020-11-23 21:54 (월)


오늘도 상담을 받으러 다녀왔다.
사실 오늘은 가기가 너~무 귀찮았다.
원서 접수가 끝나고 나니까 불안감이 좀 수그러들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왕복 5시간을 다녀오기가 넘 멀게 느껴졌다.
그래도 하겠다고 했는데, 또 갑자기 빠지는 건 좀 그러니까 일단 갔다.

근데 상담은 항상 이렇다.
가기 전엔 귀찮다가 가서 하고 나면 너~무 좋다.
오늘 상담도 그러했다.

사실 당장의 불안감이 좀 사그라든 상태여서 가서 무슨 말을 하지,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까 할 얘기는 무궁무진 했다.

일단 이번 시간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상담자로서의 자질에 대한 이야기였다.
첫 째, 상담자는 조금 부족한 사람이어야 한다.
둘 째, 상담자는 부정적인 감정을 잘 처리할 줄 알아야 한다.

둘 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부족한 점을 확인한 오늘 
나는 상담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뭐가 부족한 지 알게 되니 뭘 해야 할 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밑에 ENFP님(ㅋㅋㅋㅋ)이 쓰신 글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유가 있는 고통보다 막연함이 더 힘들다는 것.
그동안은 내가 상담을 할 수 있을까, 부족한 게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
알 수가 없어 너무 답답했는데
오늘 이렇게 듣고 나니까 속이 시원하고 뭘 해야 할 지 알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래, 부족한 부분을 보이는 연습을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연습을 해야지!
그리고 넘 신나는 건, 나 자신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곧 직업적인 발전이 된다는 것.
엄청나지 않은가? 
나는 상담을 하러 갔는데 상담자로서의 자질과 내가 부족한 부분까지 얻을 수 있었다.
자기 탐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실 너무나 좋은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직업을 선택한다면 자기 탐색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뒷순위로 밀릴 수 있지만 
상담사를 한다면 자기 탐색이 곧 직업적인 전문성과도 연결되니 말이다.

이런 끊임없는 수련이 나중에 가서는 금전적인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나는 좋다.
평생~ 수련하고 싶은데 직업적으로 필요하다는 명분까지 주어진다면야, 감사하기 그지 없다!

부정적인 감정을 잘 처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 백퍼 공감이다.
나는 긍정적인 감정만 엄청 표현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거의 표현하지 않는다.
그냥 아예 그런 단어를 입 밖에 잘 안 낸다고 해야 하나?
생각에도 없다.

그래서 늘 상담하면 그걸 토해내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곤 하는데
선생님께서 오늘 그 점을 말씀해주셨다.
계속 좋은 모습만 보여서 오히려 좀 걱정 된다고.
맞는 말이다.

일단 어렸을 때 그런 감정을 잘 표현하고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 밥 먹을 때 시무룩해 있으면
친아버지는 숟가락으로 내 머리통을 때렸다.
밥 먹을 때 아빠 앞에서 '감히' 시무룩해 있는다고.
지금 생각하면 똑같이 때려주고 싶네ㅡㅡ
지가 뭐라고.

아무튼, 지금은 이렇게 얘기하지만 어린 나는 그 때 당시 무서웠으므로..
부정적인 감정이나 불만을 이야기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아니 근데 이게 오늘 상담시간에는 생각이 안 나서 얘기를 못했네ㅋㅋㅋ
서운한 감정도 잘 이야기할 줄 모르고,,
왜냐면 우리 집안은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드러나는 순간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으므로
나는 건강하게 부정적인 감정을 공유하고 처리하는 걸 배우지 못한 것 같다.
그치만 이제 그 파국화의 원흉이 사라졌으므로!
건강하게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워보아야겠다.
이것도 늘 해보고 싶었던 것인데 주제로 떠올라서 매우 만족한다.

너무 열심히 살지 않고 싶다고 상담 말미에 이야기했는데,,
상담을 하고 나니 의욕이 더욱 샘솟고 있다.
어서 대학원에 들어가고 실습과 수련을 하고 싶달까.
좋은 상담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다보면 나중에는 잘 할 수 있겠지? 

ㅠㅠㅠㅠㅠㅠㅠ
아...몇 달만에 긍정 모드가 돌아와서 얼마나 행복한 지 모른다.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이야기를 하고 왔는데
일기는 다시 긍정 모드라니 말짱 도루묵 아닐까 싶지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정적 감정이 빠져나간 자리에 긍정이 싹트는 것이다.

그러니 부족함을 내보이고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하지 말고 잘 표현하고 잘 해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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