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나보다 │ neuf.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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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내가 미쳤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까지는 그냥 인생 흘러가는대로 살면 되지, 라고 생각했었다. 내 머릿속에만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내 인생을 찬찬히 돌아보니 정신적인 문제에 너무 골몰한 나머지 현실적인 부분을 충분히 챙기지 않고 있었다. 대학에 진학하고 여러 대외 활동들을 하고 심리 치료를 한 것은 좋았고 영어 실력과 공인 어학 성적을 따놓은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졸업 후 진로를 찾겠다며 방황하다가 제대로 한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나는 대학을 굉장히 오래 다녔다. 2011년에 입학해서 18년에 졸업했으니, 27살에 졸업한 것이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그 흔한 자격증 딴 것도 없고, 어학 성적도 없었던 나는 2018년 상반기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토익 공부를 했다. 하반기에 토익 980점을 땄고, 열심히 공부해서 공기업을 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NCS 공부를 하다보니 이건 도저히 내 길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19년 상반기에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했다. 그렇게 캐나다 워홀 6개월을 다녀오고, 2020년이 되었다. 2020년에는 심리학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고 국내에서 일을 구했다. 코로나로 인해 구직이 늦어서 4월 중순이 되어서 파트타임 영어 강사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월달에 대학원 입시에 집중한다며 일을 그만두고 현재는 무직이다. 졸업 후 3년이 다 되어가는데 제대로 된 곳에서 4대 보험 받으면서 일한 적이 없는 것이다. 늘 나름대로 뭔가를 고민한다고 하면서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계속 이렇게 살다가는 답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이면 서른 살인데 적금, 보험, 청약도 없고 전 재산은 1~2백 정도밖에 없다. 학자금 빚만 1천만원 정도다. 왜 나는 이렇게 현실감각이 없을까? 늘 열심히 산다고 하면서 이상만 생각하면서 사는 거 아닐까? 나의 20대를 너무 잘못 보냈다는 생각이 계속 떠올라 나를 괴롭힌다. 물론 나름대로 열심히 보냈고, 최선을 다했지만, 막상 사회에 나와보니 그런 경험들이 쓰일만한 곳이 별로 없어서 너무 무섭다. 내가 공부한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심리학이라는 진로를 택했는데 잘 한 결정인지도 모르겠다. 면접에서 졸업 하고 뭐 하셨어요, 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하지? 그냥 공부 하거나 아르바이트 했어요, 라고 해야 하나. 나처럼 이렇게 우왕좌왕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래도 다들 뭔가를 꾸준히는 한 것 같은데. 나는 왜 자꾸 하다 그만두고, 하다 그만두는 지 모르겠다. 무섭다. 다들 내가 잘 살 거라고 해주었는데, 잘 될 거라고 해주었는데 그러지 못할 까봐. 나는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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