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달팽이
  hit : 256 , 2023-08-23 04:58 (수)
원숭이의 욕심
원숭이를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냥꾼들에게 살아있는 원숭이를 생포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좁은 항아리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견과류를 넣어 놓으면 원숭이가 그 항아리에 견과류를 집는데, 그것을 포기하지 않아서 항아리에 손이 끼이게 되고 그대로 생포되고 마는 것이다.

이번학기까지 총 2번의 작업실을 거쳤다. 이번 학기에 나름 깨달은 것이 있어 메모해두려했는데 계속 잊어버렸던것 같다. 

처음 학기에선 모델을 만들때, 예쁘고 아름답고, 사람들의 편의를 신경써서 만들었다. 우리는 그 작품에 항상 작품제목이나 주제를 붙이곤 했는데. 모든 것들을 발표할때 설명해야했다. 열심히 주제와 연결해서 (나름) 말을 하면 대차게 까이고 주제와는 상관없는 것이라는 말만 듣고 세찬 비평을 듣고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곤 했다.

7번째 작품을 만들게 됐을때, 우리는 조별활동으로 과제를 받았다. 내 파트너 I와 나는 각각 하나의 이미지를 놓고 두가지 주제를 정해야했다,.하나는 직선 모양, 하나는 곡선 모양이었다. 
마음같아서는 내가 곡선을 택하고 싶었으나, 내 파트너도 곡선을 원하는것 같았다.(그녀가 찾아온 컨셉들을 보니 모두 곡선과 관련된 모델들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직선모양을 하겠다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직선으로 뭘할수 있을까 하다가 관련된 모델들을 찾아보고 고민해 봤는데  내 머리로는 "뾰족, 뾰족하고......예민하고.....차갑고...그런 것 밖에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모델을 만드려면, 아름답고 사람들이 편하고 행복을 느끼게 만들어야 되는게 아닌가.....? 그런데 저런 느낌으로 뭘 만든다는게 도저히 머리로는 상상이 안되는거였다. (물론 뾰족하고, 예민하고, 차가운 것도 아름다울순 있겠지만.)

이제껏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내 생각들은 그냥 접기로 했다. 왜냐면 이 조합을 찾아내기위해 고민하다 보니 마감일이 당장 이틀 뒤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이 모델에서 나타난 직선을 통해 사람들에게 불편함과 협소함. 그리고 차갑고 예민함을 주도록 만들었다.  내가 이게 뭔가 싶었다. 망한듯도 싶었고.  다음 날, 발표를 했는데 그동안 받아보지 못했던 칭찬을 들었다. 컨셉에 정말 잘 들어맞는 흥미로운 모델이라고 했다. 

'정해진 주제'와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고정된 생각에서 나는 내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모델을 만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쁘고 아름답고자 하는 것이 내 욕심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성실.겸허
박진영은 항상 이 덕목들을 강조한다. 그의 책에서도. 여러 매체나 인터뷰에서도. 
모든 사람이 옳다고 동의하고,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고.
이 말들은 진부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시시해 보이기도 한다.

우리 목사님도 항상 주일마다 저런 덕목을 가지고 설교하신다.
한때는 매일 주일마다 반복되는 저 덕목들이 하도 들어서 지루하게 느껴졌다.
진실.성실.겸허가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고, 사람들이 매일 허구한 날 거짓말만 하고
게으르고 오만하게 사는 것도 아닌데. 그게 왜? 밥먹듯이 안하면, 나름 잘 지키면서 사는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표준은 한다고 볼수있지. (라고 생각을 했더랬다)

어느 날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모든 커리큐럼이 끝나고 학기말 시험이었다.
공부를 해도 감이 안잡혀서 이번 시험은 망했구나라는 삘이 오는 것이었다. 
옆에 있는 친구가 귀뜸해준 것이 있는데, 시험 일주일전에 병원진단서를 써서내면 학교에서 병결처리해준다는 것이었다. (세번 낙제를 하게 되면, 제적처리가 되기 때문에 그렇게 더러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 나는 내 소중한 하나의 기회를 날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당근 써먹어야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목사님이랑 통화를 하면서 그 이야기를 했는데, 정직하게 행동하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번의 기회를 날렸고. 재수강을 해야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정직'이라고 하는 단어의 무게를 새삼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 모델을 만들어서 담날 제출해 내야하는데, 다른 과제들에 치여서 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다음 날이 발표날인데..... 마침 그 전날도 밤샘을 했던 터라 눈이 빠질것 같아서 잠시 1시간만 자고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어나 보니 해는 밝아 있었고 2시간뒤에 발표였다. 씻고 출발만 해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지금 이런 상황이면, 0점 받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병결 찬스를 쓸까 고민을 했다. 그렇게 하는 친구들도 많으니까 뭐....하다가 지난 번 시험 쳤던 것이 떠올랐다. (한번 시작한 덕목이니까 오늘 내가 지키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이 허투로 돌아갈것 같았다) 그래서 며칠걸려 만들어야하는 작품을 한시간 만에 뚝딱 만들었다(진짜 허접했다.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로..) 그리고 1시간 지각했는데...그 자리에서 0점을 받았다. 

세번째. 온라인 오픈북 시험이 있었다. 오다가다 안면을 트게된 친구가 있는데, 내게 호감을 가져 온라인시험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마침 시험공부도 안했던 터라 너무 고마웠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두발을 편하게 뻗고 잘수 있었는데. 목사님이 그건 절대 있어선 안될 일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컨닝을 하게되면, 나중에 내가 설계하게 될 집이 와르르 무너질것이라고 하셨다. 뭐....그렇다면 어찌할 도리가......없지 않은가.

'정직'에서 조금만 비껴나면, 조금 더 편안해질수 있다. 누군가가 자세하게 내 삶을 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삶을 티나게 알수 있는것도 아니고, 조금 이런 것들이 알려진다고 한들 뭐 그리 나쁠까.
그게 내가 이제껏 가져온 생각이었다. 

나는 이 단어들의 무게를 느끼며, 연습하는 중이다. 편안한 상태에서는 누구나가 정직해질수 있고, 성실할수 있고, 겸손할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정직.성실.겸손을 실천하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이런 덕목들은 모두 연결이 되어 있어서 하나를 어기면 모두 다 어겨지게 되는 그런 신기한 도미노현상이 일어난다. 내가 경험했던 위의 일들처럼 말이다. (물론 내가 내 궁색한 변명으로 일들이 많다고 써놨지만.....) 성실했다면, 거짓말을 할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게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정직을 택하는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테고.



요구르트 배달하는 청년
오늘 쇼츠에서 좋은 대학을 나와서 야구르트배달을 하는 청년을 보았다.
그녀는 직장일을 해보기도 했는데, 지금 일이 즐겁다고 했다. 또, 부모님도 친구들도 자기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걸 보는 솔직한 내 생각은....?
좋은 학교를 나왔으니, 무엇을 하든 사람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여길것이고 더 멋있게 보일것.
만일 그게 아니라면? 

이전에 20대 후반에 편의점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술에 거하게 취한 아저씨가 들어오셨는데 다짜고짜 나이와 대학을 묻는것이었다. 그리고는 자기 조카는 지금 Y대에 다니고 있다고 말하면서, 너는 나이도 많고 대학도 지방대를 나와서 여기서 이러고 있으니 참.....이라고 대놓고 이야기했다.( 물론 그 아저씨와는 나중에 훈훈하게 사이좋게 마무리가 됐다.아저씨는 내게 비싼 음료수도 사주시고 갔다.)

그런 시선들을 마주하면 사실 맘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런 것들에 몇 번 데이고 나면, 평생을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정도의 가치가 아니고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사람들에게 증명하기 위해 내 옷이 아닌 옷들을 입고 꾸역꾸역 힘들게 살아가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넘어선 사람은 상황을 지배하는 사람이다.)

사실 무슨 일을 하든 하찮은 일은 없다. 자기의 생각과 그에 대해 설명할수 있는 자기 철학이 있다면 그 사람은 멋진 사람이다. 멋짐은 직업이 만드는게 아니고, 그 사람이 가진 철학이 말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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