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갈 쏟아내지 못하면 답답한 가슴이 뭉쳐서 근육통될까봐 정리해보려 했지만 역시 정리는 내 맘대로 안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짚어내고 내 속에 있는 문제와 순간순간 시간속에서 당하는 일들을 나열하면서 그 속에서 받은 인상들을 써내려가며 정리하려고 했는데 ....
못하겠다.
너무 힘들다.
너무 방대하다.
떠돌아다니는 생각들이 어느 것 하나 질서를 지키지 못하고 앞뒤 말도 안되는 말들이 좁은 표현의 구멍으로 나오려다 변비 환자처럼 막혀버린다.
쏟아낼 말들이 이렇게나 쌓였는데 저렇게 떠도는 생각의 조각들을 어떻게 번호매겨 순서를 지키게 할까.
그리고 내가 순서의 번호를 매기는 동안 기억이 그 생각 아이들을 잘 보살펴 줄까.
기억력은 형편없어서 금방 생각 미아들을 만들고 미아를 만들었다는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빌어먹을 기억력..
그렇게 길잃은 아이들이 내 기억력의 끝에서 매달려 아우성이다.
이 울어재치는 아이들 중에 어느 누굴 먼저 끌어 안는단 말인가.
정신이 없고 망연자실해 버린다.
누구 하나 포기할 수 없어 우왕좌왕하다 모두 기억의 약한 팔뚝 밖으로 떨어져 버린다.
그럼 난 울음소리의 메아리를 등지고 또 다시 주저 앉는다.
정리하고 싶은 수많은 할 얘기들아..
내가 너무 짧아서 너희들을 위로하지 못하고 살려주지 못하는구나.
나에게 커다란 그물이 있었다면 너희들이 영원한 망각의 심연속에 익사시키지 않았을텐데.
아프다.
잉태되었으나 태어나지 못한 내 생각들이여.
아깝다.
정리되어 살아나지 못한 자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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