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정말 눈이 많이도 왔었다.
때아닌 3월의 함박눈.. 그 해 겨울중 가장 많은 눈이였다.
팀원들과 나는 당장에 회사뒤 예술의 전당 뒷산으로 뛰어올라가
맨손으로 눈을 슥슥 뭉쳐서 눈이 이토록 많이도 왔음을
눈뭉치에 웃음을 담아 던지며 어린애처럼 신이나서 뛰어다녔었다...
그 때.. 그렇게 정신없이 웃으면서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이 즐거움이 길지 못하리라는 예감.
그 예감이 딱 한달후에 무섭게 맞아들었다.
한달 후 나는 갑자기 봇물터지듯 팀을 떠날 결심을 한것이다.
이번주가 지나면 인수인계가 끝나고 그 결심은 현실이 된다.
이 정다운 웃음을 때때로 함께할 수 없게되는거다.
되도록.. 길지 않아도 좋으니 얼마간은 유지하고 싶었는데...
살면서 결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순간이 있다는걸
다시 씁쓸히 상기하게 되었다.
내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 속에
이 사진과 같은 순간이 몇번이나 다시 올 수 있을까..
마음추스리기에 막바지인 오늘..
갑자기 함박눈이 오던 사진속의 이른 봄날이
눈앞에서 잡힐듯 벌써부터 그리움으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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