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남자가 좋으냐는 질문에 배우 고현정은 이렇게 답하더라.
"키는 상관없다. 대화도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 남자는 여자와 대화가 안된다. 그저 나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이 좋다."
흥미로웠다. 뭔들 잘해주는 것에 비하겠냐는 뜻일 터.
꿈을 꾸었어. 이름을 붙이자면 '치유몽'이라고 할 만한 흔치 않은 경헙.
나는 헐벗은 채 추위속에 서 있다. 한참을 떨다가 가까스로 용기를 내 한 움막 앞으로 다가선다. 그리고 입구에 드리워진 거적의 한쪽 끝을 조심스레 들어올린다.
너는 누워있던 초라한 침상에서 일어나더니 나를 안으로 이끌어 맞아주었지. 너의 처소는 비좁고 누추했지만 내겐 더없이 아늑하고 따스했다.
그윽한 눈빛으로 잠시 나를 바라보던 너는 아무런 말없이 그저 나를 끌어당겨 품에 안아주었어. 얼어있던 내 몸을 녹이며 그렇게 한참을 내 허리가 으스러지도록 힘껏 안고 있더구나. 고맙게도.
나는 너의 다부진 품 안에서 끝내 뜨거운 눈물을 떨구고 말아. 그때 네 억센 팔에 갇혀 숨도 겨우 쉬고 있던 나에게 되레 네가 뭐라는 줄 알아?
"밀지마, 밀지마.." 너무 들이대는 여자애 놀리듯이 안아달라고 보채는 어린애 달래듯이..
그렇게 숨막히게 따뜻하고 좋았다. 너의 넉넉한 품 안은.
그렇게 넌 나를 내치지 않고 고이 품어주더구나. 아무것도 묻지않고.
꿈에서 깨어나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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