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 20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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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계속 눈이다 창 밖을 보다보다 하얀 눈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자 난 좀 지루해지기도 하고 하얀 것들의 나폴거림에 걔들처럼 가비얍지 못한 지금의 내 기분과 대조되어 우울해지기도 한다. 만나고 있으면 좋은데 나 혼자 있을 때는 난 어쩔 줄을 모른다 엄마 잃은 강아지처럼 누군가에게 매달리고 싶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웃음과 슬픔이 동시에 찾아온 이 상황. 곰곰히 생각해보다 생각을 버리고 일을 선택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밤새 쌓인 싸라기같은 눈 때문에 일을 못하게 되니 좀 초조해지고 불안해졌다. 꼭 출근하리라 마음 먹고 얼른 일상적인 것들을 해두고는 출근해서 신나게 일을 하였다. 일을 끝내곤 컴퓨터의 묵은 파일 정리를 하고 자료를 뽑았다. 가쓈이 시원해져서 너무 좋다. 집중할 것이 생기자 그 사람의 생각은 나지도 않았다. 늦은 김에 간단히 저녁거리를 사먹을까 하다가 검색 중에 딱 걸린 '간장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자 싶어 요리법과 양념장, 요리순서를 적고 신나게 걸어서 집으로 왔다. 여전히 길은 눈 때문에 질퍽거린다. 이 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 건지 몰라도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겨울을 장식해주어 고맙구나 정말 퇴근길에 설탕같은 눈이 내려와 가슴이 설레였다. 내 옆에 누가 없어도 혼자서 구경하는 건 너무 즐겁다. 요리도 해먹고 마스크팩 한장을 뒤집어쓴 지금 하루 일과를 남기고 얼른 잠들거다. 만날 때까지 그 사람/ 생각하지 않을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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