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Sa-Kwa)  
  hit : 2927 , 2010-05-30 11:06 (일)
12시에 일산에서 돌잔치,  오후 5시에 여의도에서 결혼식.
빈시간을 여의도공원 근처  벤치에서 사람을 구경하며  보냈다.

평소같으면 넥타이들이 점령했을 거리를 대학생 차림 연인들이 지나간다.
그들을 보며,  금요일 저녁 본 영화 <사과>를 생각했다.





현정(문소리)은 어릴때부터 알아온 연인 민석(이선균)에게 "우리 그만 만나자"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 오늘은 그만 만나고 내일 보자"라고 농담을 하다가
민석(이선균)의 굳은 표정을 보고 말한다
"너 미쳤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별때문에 고통스러운 현정(문소리)앞에 나타난 상훈(김태우).
상훈(김태우)은  현정(문소리)을  오래 동안 짝사랑 해왔다.

"도대체 내가 뭐가 좋은데요?
"이 건물에서 제일 예쁘시잖아요"

가슴이 떨리진 않지만, 순수한 상훈(김태우)에게 마음이 쏠리고, 사랑하게 되고,  둘은 결혼을 한다.
"상훈씨를 처음 봤을때보다 지금이 더 좋아"


#1 : 사과 (Apology)
임신중인 현정에게 민석이  불쑥 나타나 말한다.
"미안해. 그때  내 생각만 했던거 같아"

(남자들에게 "그때 미안했어"라는 말은 시간이 갈수록 꼭 하고 싶은 고해성사와 같다.
 하지 못한 고해성사는 세월이 지나도 심장에 녹처럼 쌓인다)




#2 : 사과 (An apple)
현정은 베낭을 메고  여행중인 민석을 위해 먹을 거리를 사주며, 파란 사과 한 알을 사서 건넨다.

(임신중인 그녀가 예뻐보이는 사과 한알을 집었을때 난  그녀 자신을 위한거라고 생각 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더 간절했을 사과 한알을 그에게 건넨다.

그토록 쉽게 용서한 이유는 뭘까?
내 생각엔 그 것이 티아레님이 인용한 최영미의 시처럼 그 남자의 영혼을 봤기 때문이다.
함께한 시간에,  영혼을 들여다봤던 경험은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내 앞을 지나가는 저 대학생 차림의  연인들은 서로의 영혼을 보고 있을까?
세월이 흘러 여의도거리에서 넥타이를 메고, 회사 유니폼을 입고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할 수 있다.  그러나, 맞선 본 남자의 영혼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3 : 사과 (Apology)
지극히 성실하지만 재미도 없고, 일에 빠져사는 상훈에게 현정은 말한다
"내가 왜 헤어지자고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

상훈은 울먹이듯 말한다
"내가 당신한테 제대로 해준게 없어서지. 미안해"

(그러나,   현정은 이런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당신한테 헤어지자고 한 진짜 이유는, 당신의 영혼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야"
어쩌면 "당신은 내 영혼을 몰라"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땅의 모든 가장들은 가끔 아내에게 말하고 싶다.
"미안해, 내가 당신에게 제대로 해준게 없어서. 우리는 세상의 짐이 벅차."



#4: 사과 (Apology)
인생의 전부였던 직장마저 그만두고,   이혼합의서를 꾸며 밤늦게 돌아온 상훈을
껴안아주며 현정이  말한다.
"이리와. 좀 자"

(안쓰러게 망가져가는 상훈을 바라보는 현정의  생각을 짐작해 본다.
 "그래. 이 것이 인생인걸.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억지웃음  10.05.30 이글의 답글달기

왠지 영화로 보면 더 좋을것 같네요
뭔가 아직은 알 수 없는, 더 큰 어른들의 얘기랄까...
DVD로빌려봐야겠어요~~^^

클로저  10.05.30 이글의 답글달기

"있지 -
나는 참 열심히 사랑을 해 왔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정말 노력해 본 적은 없었던 거 같아.. 미안해"
현정이 했던 말인데 공감가는 말이라 다이어리에 적어놨었어요.
저도 이 영화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참 많이 했는데
블루님은 저완 다른 관점으로 보셨네요.
보면서 상훈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남편은 열심히 가정을 위해 애쓰는데도
딴 생각하는 현정을 보니 바보같아 보이기도 하고
좋은 사람 곁에 두고 깨닫지 못하던 예전 제 모습 같아서 안타깝기도 했어요.

프러시안블루  10.05.31 이글의 답글달기

클로져님
미안해요
왜 제가 미안해 하는지 아시죠? ㅋㅋㅋㅋ

- 클로져님이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블루 올림 -

sorceress  10.05.30 이글의 답글달기

참. 그래도, 현실에 퇴색되어버리는 면이 많은 것 같아요.
영화는 영화다.

프러시안블루  10.05.31 이글의 답글달기

잘 지내시죠?

야간비행UFO  10.05.31 이글의 답글달기

괜찮았던 영화로 기억하고 있어요. 소품 하나 하나에 의미를 생각하면서 영화의 소소한 재미를 찾아갔던 듯... 저 또한 클로저님이 기억하시는 대사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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