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읽다가 얼마 전에 본 한 영화를 떠올렸어요.
폭설이 내린 날, 강의실에 선생과 제자 둘 달랑 셋이 앉아있는데 자기한테 궁금한 거 없냐는 선생의 말에 제자가 그래요.
Q : 선생님, 성욕은 어떻게 이겨 내세요?
선생이 대뜸 이래요.
A : 누가 이겨낸다 그랬어? 누가 성욕한테 이기냐? 너 그런 사람 본 적 있어? 그런 사람 있다고 얘기나 들어 본 적 있어? 안 돼! 그러니까 고민하지마..
절대로 놔지지 않는 욕심이라면 놓아버리는 것을 단 하나의 해결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괴롭고 소모적이기만 할 뿐. 대신 거기에 덜 집중하도록 무게중심을 자신 삶의 다른 영역으로 옮기려는 노력은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문제의 양상도 문제를 바라보는 나 자신도, 그러니까 안목이나 생각, 대처능력 따위들도 어떤 식으로든 서서히 변해가는 거니까... 그동안은 견디는 거 외에는 별 도리가 없는 것 같아요. 안간힘을 다해서.
그 영화에서 제자가 또 물어요.
Q : 왜 사랑하세요?
A :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 중에서 내가 왜 하는지 알고 하는 건 없어. 아니, 없는 것 같애.
정말 수긍이 가더군요. 내가 왜 하는지 알고 하는 것도 아닐 바에는 대부분의 고민들도 결국 소용없는 것들이 되고 말겠지요. 불어닥치는 바람을 가르며 뚜벅 뚜벅 걸어갈 밖에는. 바람이 잦아들고 잔잔해지는 날들도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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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의 영화>(2010) 옥희, 진구, 송감독의 강의실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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