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가장 친한 친구   un.
  hit : 3240 , 2011-07-16 14:05 (토)

방금 가장 친한 친구, 아니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친구와 점심을 먹고 왔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친하게 지내기 시작해서, 햇수로 6년이 된 친구다.
내가 사람을 잘 좋아할 줄 몰랐던 시절,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고, 나를 가장 친한 친구라고
좋은 친구라고 말해준 아이.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나도 그 친구가 나랑 가장 친한 친구라고 정해놓고 있었던 것 같다.

자주 편지를 주고 받았던 우리.
그 친구는 항상 편지의 시작과 끝을
'나의 가장 친한 친구', '평생을 함께할 친구', '사랑하는 친구' 등등으로 채워놓곤 했다.
처음 보는 이런 표현들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그 친구가 나를 그렇게 생각해주는 그 마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나도 그렇게 적어서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껏 그 친구와 지내면서,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몇 번인가 싶다.
가장 편하고, 아무 때나 불러낼 수 있고, 이 친구라면 평생 연락을 할 것 같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정작 가장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지는 않는다.

물론 큰 일은 말한다.
부모님이 이제 이혼을 하셨다든지, 뭐 그런.
하지만 나 자신과 관련된, 내가 요즘 어떤 걸 느끼고 있다든지
뭘 하고 싶어졌다든지 하는 얘기를 하는 게 편하지는 않다.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무언가 말을 한 마디 할라 치면
바로 그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나 자신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물론 내가 그 친구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들어주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얘기를 하기에는 편한 친구가 아니다.

그래서 같이 있으면 나의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내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을 주로
이야기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소재는 금방 고갈되게 마련이다.
이미 오랜 시간 같이 지냈기 때문에 딱히 새로이 할 이야기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친구와의 관계는 미묘하다.
어떨 땐 정말 좋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정말 내가 이 친구와 가장 친한 것이 맞나,
그 친구가 그렇게 생각하고 나에게 그렇게 얘기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오래 떨어져 있어도 이 친구는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내가 보고 싶은 건 다른 친구다.
그 친구를 만나면 내가 요즘 어떤 기분이라든지 어떤 일이 있다든지 하는 것을 편안히
말할 수가 있다. 물론 부모님의 이혼 같은 큰 일은 말할 수 없지만.
사소한 이야기들은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들어주기 때문이다.



-

잘 모르겠다.
너무 오래되서 너무 편해져서 감흥이 일지 않는 건지.
이제는 만나면 아무런 할 얘기도 없어진다는 그런 오랜 친구의 단계로 접어들어서 그런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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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레  11.07.16 이글의 답글달기

마지막 문단..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아마도 님이 보고 싶다는 다른 친구분과는 서로 연락을 한동안 못하다 오랜만에 만난다해도 어색하거나 할 애기가 없거나 하지 않을 거예요.

yeahha  11.07.16 이글의 답글달기

저도 정말 비슷한 일로 많이 고민했어요. 지금도 고민 중이구요...
나는 이 친구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어느순간, 우리가 너무 피상적인 이야기들만 주고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자주 만나서 얼굴을 보고 수다를 떠는 친구는 분명 이 친구인데, 솔직한 내 마음을 털어놓은 적은 정말 없는거에요. 그 친구는 제 속깊은 얘기에는 별반 관심이 없어 보이니까 내가 이런 얘기를 털어놓으면 부담이 가는거구나, 그런 생각에요. 오히려 그 친구보다 적게 만나는 친구에게 더 깊은 얘기를 털어놓고는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들어서는 자주 만나고, 우리가 서로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로만 하는 사이 보다는, 정말로 내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속마음을 헤아려주려고 하는 친구가 더 진정한 친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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