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지나면 이제 마흔 여덟이구나. 그말은 니가 밥벌이를 시작한지 이십년이 되었다는 이야기구.
그래.... 정말 장하다. 나도 니가 이렇게 오래 버틸줄 몰랐어.
학교를 떠나는게 무서웠고 밥벌이를 위해 쌓아놓은 지식도 없었고 동기들중에서도 유독 말이 없고, 내성적이었던 너였으니까.
돌이켜보면, 출근하기가 너무 싫어 교통사고를 바라기도 했었고 보고서는 줄기도 못잡았는데 사무실 유리창밖으로 하얗게 터오는 여명에 울고 싶을때도 있었지.
그래도 어때? 돌아보니 못할 짓도 아니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했지?
어느새, 귀밑머리는 하얗고 눈은 침침해지고 꿈은 어느새 모래알처럼 내 손가락 사이를 모두 빠져나가 버렸지.
가끔 생각한다. 이제 내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 있기나 한걸까?
그렇다고 슬프지는 않아
이제 난 스물여덟이 아니지만 젊음을 잃고 얻어낸 뭔가가 내속에 있을거라고 믿는다. 그게 무엇인지 모르지만.
다만, 이십년전 세상이 두려웠던 청년 오창근에게 말해주고 싶다. 막상 해보면 별로 두려운 일은 아니라고. 항상 뛰어들기전이 가장 두려운 법이라고.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너의 직장생활 20년을 열렬히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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