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마음   deux.
  hit : 2678 , 2012-02-15 10:14 (수)


나는 내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뭔가 하소연을 하고 싶다가도


'에이, 뭐 이 정도를 하소연을 해.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도 많을 텐데.'

라고 생각하며
이 추위에 덜덜 떨고 있는 사람들,
피의 다이아몬드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무고하게 손목이 잘려 덜렁거리는 아이들,
지뢰에 발목이 날아간 소년,
사랑의 리퀘스트에 나오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래도 나는 행복한 거라며
엄살 부리지 말자며
입을 꾹 다문다.

.
.

그러나 사람은 각자 태어난 위치에서
각자가 살고 있는 상황과 처지에서
각자가 견뎌낼 수 있는 만큼의 불행을 안고 산다.
그러니까 
내가 불행하면
그건 불행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정말 불행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속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래된 친구 한 명에게, 
가끔 털어놓는 정도.

작년에
부모가 이혼하고
여러가지 힘든 상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웃으며 학교에 다녔다.
나의 학교 친구들은
아무도
나의 이런 상황을 알지 못한다.
아, 딱 한 명에게 말 한 적은 있는데
이러저러 했어,
라고 말했을 뿐이지,

'그래서 나 슬퍼 죽겠어.'

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수없이 이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에게
기대 우는 상상을 하면서도
아무에게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 번은 내가 된통 취해 통곡을 했다는데,
나는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

이번 휴학도 마찬 가지다.
사람들은 내가 왜 휴학을 하는지 잘 이해를 못 하겠다는 눈치다.
엄마 마저도.
뭐, 엄마에게야 나의 휴학은 희소식이었을 것이다.
안 그래도 학비가 부담이 됐는데
휴학을 하겠다니, 얼씨구나 좋아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나의 비뚤어진 안경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러나 내가 휴학하는 이유는 돈 때문만이 아니다.
집중적으로 심리 치료를 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십 수년 동안 쌓아왔던 그 분노를
치료하고 싶다.
하지만 가둬뒀던 것을 열려 하면 터질 것 같아서
심리 치료를 하면서 학교 생활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적어도 학교 생활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잠시 쉬려 한다.

직장 생활이나
사회 생활은 병행할 수도 있겠지만,
대학은 내 돈을 내고 다니는 곳이다.
800만 원을 내놓고 감정 상태가 불안해서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나에게 또다른 부담이다.

학교를 쉬면서
부담 없이 
분노 치료를 받고 싶다.

그리고 둘 째로,
내가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싶다.
사실 대학교를 왜 다녀야만 하는가, 에 대한
의문은 계속 갖고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 무언가를 같이 이뤄갈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참 좋은 일이지만,
수 백 만 원을 내면서 대학을 다녀야만 하는 지는 
고민해 볼 일이다.
그리고 이 대학, 이 과에서 계속 공부를 해야하는 것인 지도.
위에서도 말했 듯이,
나의 관심분야가 굉장히 광범위하고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이 고루 분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모든 것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나의 분야를 찾을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직업 탐방'
이라는 것을 해 볼 생각이다.
구정 때 친척 집에 갔다가
우연히 초등학생인 사촌 동생의 겨울 방학 숙제를 보게 되었다.
정말 재미있는 것이 많았다.
그 중 눈에 띄었던 것,
'직업 탐방 후 보고서 써오기'


자신이 갖고 싶은 직업을 갖고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거나 서면 상으로라도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
나에게는 참 많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여러 직업들을 직접 체험해보거나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면,
좀 더 나의 재능이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해질 것 같다.


이번 해외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서
나는 기술적(손 기술이 아니더라도)인 면 보다는
의미있는 일,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일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점을 잘 기억하면서
직업 탐방을 해야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의 소리를 듣기'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할 지 알 수가 없어
하고 싶은 것이 생겨도 하지 않았다.
그저 뭐부터 하지, 뭐부터 하지
백날 고민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이 쌓여있다.
생각나는 대로 쭉 적고 있는데
예순 가지가 넘는다.
3월 달 까지 모아놨다가
친구와 '마음의 소리를 듣기'라는 것을 하기로 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여러 가지 적어놓고
그 중에서 하나를 뽑아 나온 것은
3일 이내에 반드시 이루기! 

예를 들어
나는 한복 입고 궁 나들이 가기, 를
정말 하고 싶었는데
몇 개월 째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못 하고 있다.
만약 내가 이걸 뽑게 되면
나는 3일 이내에 한복을 입고 궁 나들이를 해야 한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면 
점점 추진력도 붙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ㅇㅅㄹㅇㅁ  12.02.15 이글의 답글달기

화이팅 ~^^

李하나  12.02.16 이글의 답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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