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를 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 deu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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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입학식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의욕 넘치게 입학식에 참석했다. 그리고 신입생들에게 수강 신청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조장 역할도 맡았다. 그러나, 신입생 친구들에게 잘 다가가서 대화를 나누는 몇몇 친구들과 달리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익숙치가 않다. 내가 무엇을 느끼는 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 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줬으면 하는 생각도 별로 없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다. 몰랐던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다. . . 그래서 신입생들과 가진 술자리에서도 나는 그냥 술만 마셨다. 잠깐 바깥에 나와 담배를 피는 친구들 틈에 서서도 나는 그냥 그들이 어떤 모양으로 이야기를 하는 지 듣고 있었다. '아, 대화는 저렇게 하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 . 그렇게 가벼운 술자리를 갖고 난 뒤, 나는 별 급한 일도 없었지만 어서 자리를 뜨고 싶어서 무리를 떠나 집으로 향했다. 그l고 내 뒤를 이어 신입생 남자 두 어 명이 따라 나왔다. 나는 열심히 먼저 걸어갔다. 방향이 갈리기를 바라며. 신호등이 빨리 바뀌어서 서로 만나지 않기를 바라며. 그런데 신호등은 빨간불이었고 그들과 나는 만났다. 그들이 가까워지는 소리가 들리고 내 등 뒤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질 때 나는 아찔했다. 신입생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집에 가시나봐요.' 그리고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어디 사세요?' . . 그리고 즐겁게 이야기를 하면서 지하철 역까지 걸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과는 방향이 꽤 같아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갔다. 나는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했을까? 막상 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걸까? 마치 모든 사람들이 고슴도치라도 되는 것 마냥. 그 신입생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느낀 것은,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면 할 수록 대화는 편안해지고 관계가 형성되어 간다는 것이다. 친밀감을 느낀달까. . . 그래서 좋았다. 꽤나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한 것 같아서. 그리고 신입생 친구와 친해진 것 같아서. 거창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털어놓자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지금 당장 느끼는 것, 내가 평소에 '생각'하는 것 그런 일상들에 대한 나의 '감정'을 충실히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다. 그냥, '나'에 대해 전달하면 되는 거야. 상대방은 나를 모르니까. 극단적인 생각 때문에 마음을 막지는 말아. 상대방과 터놓고 이야기한다고 네가 과거에 겪었던 안 좋은 일들, 성폭행, 가정 폭력, 부모의 이혼, 이런 것들을 다 털어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야. - 나는 항상 이렇게 생각한다. 연애를 하면 나의 과거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해야할 것 같아서 두렵다. 그 어떤 관계보다도 개방 될 수 있는 그 관계가 두렵다. 나의 더럽고 암울한 과거까지 상대방에게 털어놓아야 할 까봐. 엄마와 싸우면 지금의 문제 뿐만 아니라 과거의 모든 문제들이 터져버릴 것만 같아서 싸우고 싶지 않다. 엄마는 왜 아빠가 나를 성폭행 하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이혼하지 않았냐며. 그렇게 아빠가 좋았냐며. 엄마랑 아빠가 제대로 된 부모라고 생각 하냐며. 내 유년 시절이 어떻게 어둠으로 점철되어 있었는지 알기나 아냐며. 친구와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나의 모든 것을 털어놓아야 할 것 같다. 사실, 대학에 와서 조금 친해진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성폭행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런데 그게 아직까지도 마음에 걸린다. 털어놓아서 후련해진 것이 아니라 괜한 것을 이야기한 것 같아서 싫다. 잘못 뿌려놓은 씨앗 같다. 그래서 나는 내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홍수를 막기 위해 둑의 작은 수문 하나도 열지 않는다. 지레 겁을 먹고. . . 하지만 오늘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조금 배운 것 같다. 즐겁게 대화하는 것도 조금은 배운 것 같다. 신입생과 많이 친해지지 못해서 아쉬운 하루이지만 하루를 정리하며 무언가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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