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에게 보내는..마지막 편지..   미정
  hit : 1672 , 2001-08-23 03:10 (목)
그래..
미안해..
나..널 떠나...
항상..난 너에게 상처밖에 못주는구나..
항상 받기만했던 나구..주기만 했던 너인데..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
아주 좋은 사람이야..
나한테 아주...아주..마니..잘해주고......
날....아주..마니..사랑한단다.

실망스럽지...?
세은이는....나랑 친구한 이후로 처음으로 나한테 실망했다고 하더구나..
나두..내가 실망스러워..
사랑하면..정말 좋아하면 그깟 2년 3개월..못기달릴꺼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첫 휴가..얼마 안남았지?
휴가 나오면 한번 보려고 했는데...
우리..서로 안보는게 나을것 같아..
너를 위해서두..나를 위해서두..내 옆에 있는..그 사람을 위해서라두..

널 만나오던..시간...
난 정말 ..행복했어..
너란 얘..만날수 있어서..정말..마니마니 행복했단다..
결과는..어찌됐던지..과거까지 의심하진 말아줘..

이 사람...사랑하냐구...묻고 있지..지금...
글쎄..
나두..좋아해..
지금은 그저 이사람이 주는 사랑을 받기만 하는것도 버겨우니깐..
이 사람한테도..역시..나..별로 해주는게 없거든..

이런 이야기..하고 있는 내가 너무 뻔뻔스럽구나...
미안해..이런 이야기 밖에 못해서..

내가...행복할수..있게...빌어..줄래..?
써★뉘  01.08.23 이글의 답글달기
아버지와아들


아주 오래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 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 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나르는 새처럼 살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 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가족에게 소외받고, 돈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들 앞에서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 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 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밤 나는 몇 년만에 골목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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