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돌아가신지 13년. 3일간 휴가를 내서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 묘지로 이장을 했다.
살아 생전 존경은 커녕 아버지와 같은 삶은 살지 않으리라 다짐하곤 했다 아버지는 반면 교사였다
그러나, 인생의 황혼을 앞두고 보니 생을 요약한 단 한줄을 묘비석에 남길 수 있는 자가 흔치않다는 걸 알겠다
대부분의 사내는 누구의 남편으로, 누구의 아버지로 죽는다.
무명의 삶이 괴롭지는 않다 오히려 아내와 자식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참에 海州 吳公 ㅇㅇ之墓 라고 세겼던 묘비을 버리고 새로 주문을 했다
전면에는 돌아가시면 합장할 어머니의 이름 자리를 남겨놓고, 아래엔 자식 3형재 이름을 세겼다
뒷면에는 며칠간 고민끝에 김초혜 시인의 시를 적었는데 선인들도 고금의 명문을 묘비에 세겼음을 감안하면 큰 흉은 아니라고 믿는다
어미니 - 김초혜 -
한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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