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문제를 풀듯이 │ deu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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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추리소설을 거꾸로 읽으려는 경향이 있다. . .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서 보게 된 꽤나 좋은 글이 있었다. 내 친구가 아니라 사랑과 관련된 글을 주로 포스팅하는 어떤 사람의 글이었다. 재지 말고 계산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이야기. 결혼을 전제로 사랑하지 말라고. 누가 추리소설을 뒤에서부터 읽냐고. . . 순간 무릎을 쳤다. 나 또한 그랬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오빠와 나를 보지 못하고 '연인이 되었으니'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싸우면 안 되고, 오래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내 속마음을 더 감췄었고 계산했었다. 비단 연애 뿐만이 아니다. 나는 삶의 전반에 걸쳐 이러한 태도를 갖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일을 계획하려는. 눈 앞에 닥친 현실을 생각하다가도 그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마침내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몇 년 뒤에 가닿아 있다. 그러다보면 결국은 머리가 복잡해져서 처음 생각을 시작했던 문제의 지점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 . 내 생에서 내가 가장 벗어버리고 싶은 태도였다. 결과부터 생각하고 과정의 한 걸음 한 걸음에 충실하지 못하는 것. 주변에 흩어져 있는 모든 퍼즐 조각들을 죄다 끌어와서는 빨리 맞춰버리고 싶다며 안절부절 못하는 것. 한 꺼번에 여러 가지를 맞출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집중해서 하나를 맞추고 나서야 그 다음 조각을 맞출 수 있는 건데. 나는 조각을 하나 손에 들고 있다가 그것을 판에 끼워넣기도 전에 그럼 그 다음은 이건가? 하고 다른 조각을 집어들고 그 다음엔 이거 그 다음엔 또 이거 이렇게 조각들만 잔뜩 손에 들고 나중에는 이걸 다 언제 맞추지, 하며 망연자실하고 마는 그런 삶의 자세를 갖고 있는 것이다. . . 그래서 이제는 그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야겠다고. 나는 아직 어리고 젊고 시간은 많으니 조급해하지 않겠다고. 마치 시험문제를 풀듯이. 1,2,3 번 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는 없다. 어떤 문제를 먼저 풀든 어쨌든 한 번에 한 문제씩 풀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풀기로 결정한 이 문제를 다 풀고 나서 다음 문제를 풀어야만 하는 것이다. 조금 고민해보다가 안 된다고 넘어가고 조금 끄적이다가 안 된다고 넘어가고 그래서야 문제를 다 풀 수가 없다. 그러니 하나의 문제를 잡았다면 거기에만 집중하자. 하나의 조각을 집어 들었다면 그 조각을 맞추는 데에만 집중하자. 다른 문제는 잊는다. 다른 조각은 잊는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잡은 문제 지금 내 손에 있는 조각이다. 주변은 잊는다. . . 지금 내가 잡은 문제 내 손 안의 조각은 학자금 대출. 갚아야 한다. 550만 원 가량이 남았는데 이걸 갚아야 어떻게 내년에 복학하든지 말든지 한다. 그러니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말고 미래에 대한 불안 내년은 어떻게 보낼까 앞으로 뭘 공부할까 그런 거 하나도 생각하지 말고 그런 건 어차피 이걸 갚아야지만 의미가 있는 거니까 이걸 갚는 것만 생각한다. 밤낮으로 투잡을 뛰어볼까 한다. 그러면 한 달에 180 정도는 벌 수 있지 않을까. 모자라면 주말에도 일을 하고. 딱 3개월만 그렇게 나 죽었소, 하고 일을 해보려 한다. 주변에도 도움을 조금 청해보고. 그렇게 해서 깔끔하게 돈을 갚고 그 다음에 어떻게 살 지 생각하고 싶다. 지금 이 돈을 안고서는 미래에 대한 어떤 그림을 그리든 좌초될 뿐이다. . . 인생(삶) 영역 시험 1번 문제 '학자금 대출 550만원 갚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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