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를 생각하며 │ deu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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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왜 이렇게 보기가 싫을까? 진짜 정말로 보기가 싫다. 연락하기도 싫고. 이번엔 정말이다. 다른 스트레스 때문에 오빠도 보기 싫은 줄 알았는데 오빠랑 연락을 끊으니 스트레스가 덜 하다. 오빠로 인한 스트레스가 굉장히 컸었나보다. 물론 그보다 훨씬 큰 스트레스가 있긴 하다. 며칠 전부터 밤에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를 읽으면서 상담 준비를 하고 있다. 늘 나에게 있었던 일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지, 마음 먹으면서도 막상 상담실에 들어가면 그 이야기는 하지도 못하고 주변만 빙빙돌다 나오는 것 같아서다. 아예 기억을 묻어두고 있으니 잘 나오지 않는 가보다. 그래서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다시 불러오고 있다. 그 시절의 기억, 감촉, 감정들을.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 그로 인해 느꼈던 감정 그 때의 느낌, 냄새, 소리들이. 후각이 가장 먼저 돌아온다. 거기에 감정이 따라붙고 시각이 조금씩 드러난다. 아직 시각에는 감정이 붙을 정도는 아니다. 내 몸이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자리하는 밤 누군가와 연락을 할 여유는 없다. 오롯이 나 혼자 견뎌내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빠는 지금 나에게 짐이고, 부담이다. 나는 오빠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지만 이제는 그만 놓아주어야 할 것 같다. 나를 위해서. 미안하지만 나와 함께 하면 오빠도 별로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일단은 이해를 구해보고 선택을 하라고 해볼 것이다. 나는 이러이러해서 앞으로 힘들텐데 나를 이해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론 사실대로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한 발 물러서서 아빠한테 '가정 폭력'을 당한 기억 때문에 심리 치료를 받을 거라고. 그 과정이 매우 힘들어서 나는 지칠 거라고. 그래서 자기한테 신경을 못 써줄 수도 있다고. 그러니 힘들면 지금 떠나라고. 그리고 자기 자신한테 집중하고 더 밝고 행복한 여자 만나서 마음 편하게 사랑하라고. 나는 무겁고 복잡하고 어두운 여자니까. 그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련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나의 최소한의 예의이며 최대한의 노력이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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