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를 생각하며   deux.
  hit : 2708 , 2012-10-11 08:54 (목)




오빠가 왜 이렇게 보기가 싫을까? 
진짜 정말로 보기가 싫다.
연락하기도 싫고.
이번엔 정말이다.



다른 스트레스 때문에 오빠도 보기 싫은 줄 알았는데
오빠랑 연락을 끊으니 스트레스가 덜 하다.
오빠로 인한 스트레스가 굉장히 컸었나보다.
물론 그보다 훨씬 큰 스트레스가 있긴 하다.



며칠 전부터
밤에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를 읽으면서
상담 준비를 하고 있다.
늘 나에게 있었던 일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지,
마음 먹으면서도 막상 상담실에 들어가면
그 이야기는 하지도 못하고 주변만 빙빙돌다 나오는 것 같아서다.
아예  기억을 묻어두고 있으니 잘 나오지 않는 가보다.
그래서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다시 불러오고 있다.
그 시절의 기억, 감촉, 감정들을.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
그로 인해 느꼈던 감정
그 때의 느낌, 냄새, 소리들이.
후각이 가장 먼저 돌아온다.
거기에 감정이 따라붙고
시각이 조금씩 드러난다.
아직 시각에는 감정이 붙을 정도는 아니다.
내 몸이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자리하는 밤
누군가와 연락을 할 여유는 없다.
오롯이 나 혼자 견뎌내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빠는 지금 나에게 짐이고, 부담이다.
나는 오빠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지만
이제는 그만 놓아주어야 할 것 같다.
나를 위해서.




미안하지만
나와 함께 하면 오빠도 별로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일단은 이해를 구해보고
선택을 하라고 해볼 것이다.
나는 이러이러해서 앞으로 힘들텐데
나를 이해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론 사실대로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한 발 물러서서
아빠한테 '가정 폭력'을 당한 기억 때문에 심리 치료를 받을 거라고.
그 과정이 매우 힘들어서 나는 지칠 거라고.
그래서 자기한테 신경을 못 써줄 수도 있다고.
그러니 힘들면 지금 떠나라고.
그리고 자기 자신한테 집중하고
더 밝고 행복한 여자 만나서 
마음 편하게 사랑하라고.
나는 무겁고 복잡하고 어두운 여자니까.

그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련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나의 최소한의 예의이며
최대한의 노력이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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