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엊그제 비를 쫄딱 맞고 서울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 편안한 시간 이었다.
조금은 지친 마음을 위로가 되어준 사람들, 내려오는 발걸음도 편안하고 행복했다.
미친듯이 운동을 하면서 땀을 쏟았다. 길거리로 산으로 정처없이 걷고 헬스장에서 반나절을
살다시피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며 극도로 우울증이 오는 걸 막으려 고군분투 했었나보다.
#02
당분간은 일을 하기 싫다. 공부도 하기 싫고 정처없이 나그네처럼 떠돌고 싶다.
이제 아침이 밝으면 홀로 강릉으로 떠난다. 경포대해변과 안목해변을 거닐며 커피를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는 중앙시장에서 군것질도 하고 그리고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휴대폰에 음악을 담고 테블릿에다 고속버스에서 하루면 가볍게 읽을 E-BOOK도 담아 놓았다.
#03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고 어떠한 것에도 미련을 두기 싫다. 불안한 미래도 잠시 접어 두고 떠나간
연인도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대로 맡겨 흘려보낼 생각이다. 애초부터 모든게 내것이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자아를 되찾고 일을 다시 하고 싶을 정도로
다시금 의욕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일과 사랑은 모두 접어두고 나를 어루만지고 나를 돌보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다. 앞으로 몇십년이나 몇년을 살지 모르는데 이런 휴식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가오는 주말은 서울 친구네 집으로 넘어가 영화를 보고 곱창에 소주도 한잔 하기로 약속했다.
다음주에는 전직장 동료와 상사분들과 만나 일 얘기보다 즐겁게 만나 치킨에 맥주를 한잔 하기로 했다.
8월말까지는 미친놈처럼 확실하게 지겹도록 놀다가 9월은 공부와 일할 생각을 갖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결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다 하더라도 휴식의 본질은 나를 위한
내려놓음이니 만족할만한 다짐과 확신이 곧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살면서 이렇게 나를 돌아보고
나에게 투자했던 돈과 시간은 없었다.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소중히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