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버전
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向月
 근황.   지난 이야기
조회: 2232 , 2016-04-23 23:18
 따뜻한 봄이 되고,
 여전히 책을 보고, 노래를 듣고 산책을 한다.
 예쁜 학생들 과외도 한번씩 해주고 있고,
 사람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소주잔을 기울이고, 또 노래를 하고
 박수를 받고 환호를 받고 웃고 사랑받고 사랑하고.

 
 보고싶은 영화가 있다고 졸라서 '해어화'를 봤다.
 정가와 유행가 사이, 꿈을 찾아 헤매는 그 시대의 기생들.
 그닥 한효주라는 배우가 이뻐보이지 않았는데
 당신은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난 뷰티인사이드 때의 한효주가 더 맘에 들었는데.

 고전문학이나 한국사에서 나온 속요, 속악과 다르게 궁중음악이라고 불린,
 그 중에 정가.
 떨림, 바이브레이션이 최대한 들어가지 않고 높고 깨끗한 소리.
 와. 저걸 부른다고? 하며 혼자 감탄하고
 극 중 천우희가 부른 '조선의 마음'을 마음대로, 유연하게, 또 잘, 부르지 못해
 주저앉아 울면서 다시 부르고 부르던 한효주의 씬에서
 나도 그 마음 알지, 라며 눈물이 왈칵.

 사랑, 거즛말이-
 나오면서 흥얼흥얼하니 당신이 웃는다.
 
 나는 샐쭉 웃으며,
 난 기타치고 노래하는거보다 국악을 더 배우고 싶었다구.
 응 전에 이야기 들었어.
 친구 중에 판소리를 전공한 애가 있는데 정말 부러웠어. 아빠는 내가 예술고 가는걸 반대했거든.

 문화와 예술, 그리고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문여사가 항상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겪은 고등학생 시절은 그렇지 않았다.
 주입하고 주입하고, 교과서따위로 수업하지 않고 
 시중에 나온 수많은 문제집과 학원, 과외들로 어떻게든 대학만 가면 된다는 식.
 
 그 와중에 나는 문여사의 지원 속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하고, 아빠를 속이며 여행을 다니고
 엄마와 함께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공연을 보고
 대취타를 듣고 가야금 소리와 아쟁 소리를 듣고. 
 수많은 책을 읽고 또 습작하고 쓰고 버리고 쌓고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보고,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동그란 원 하나를 그린 화선지를 받아들고 한참을 울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모든 것들이 나를 만든 것 같다.
 
 

 그러고보니 생각난다.
 내게 준 그 화선지. 그 속에 담긴 검은 묵으로 그린, 동그란 커다란 원 하나.
 이 모든 것에 다 들어있다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고 10월 어느 가을날 숲 속에서 펑펑 울었다.
 스님은 털어내버리라며 웃으셨지만. 
 그 동그란 원 하나. 
 우주 속에서는 그 점, 점 같은 그 하나가 와락 가슴 속에 밀려들어왔던 것 같다.
 
 노래할때 제일 행복해보인다는 우진씨의 이야기.
 형수는 노래부를때 진짜 대박. 대박이에요.
 그치? 노래 잘한다고 했잖아, 내가~ 하며 당신이 맞장구친다.
 아니 형수 목소리는 정말.. 깊이가 달라요. 진짜 대박.
 
 나를 만나면 항상 노래를 불러달라는 당신의 친한 동생.
 그래, 나도 한때는 노래부르고 사는게 꿈이었는데.
 노래하고 글을 쓰고 여행하고 사색하고. 
 

 그런데
 어쩌면 이룬 것 같기도 하다.
 이대로여도 괜찮잖아?



 사랑, 거즛말.
 사랑, 거즛말.
 사랑, 거즛말...이로다....





 내일은 동생녀석과 결혼한 올케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다.
 월요일인데, 일요일에 다함께 파티하자고.
 결혼하고 첫 생일이라 신경을 많이 썼다.
 선물을 고르면서도 뭘 해주면 좋아할까, 그래도 내가 하나밖에 없는 시누인데.
 똥매너, 승질더러운 시누이가 되기 싫어서- 없는듯 살고있긴하지만. ㅎㅎ
 립스틱과 머리핀, 목걸이 사이에서 한참 갈등하다가
 목걸이를 샀다.
 올케의 나이에 맞게 여러 디자인을 보고 골랐는데.. 마음에 들어했으면 좋겠다.
 그냥 동생하고 잘 살기를. 


 황사도 심하다는데,
 가족들과 식사한 후에는 당신 집에서 빈둥거려야겠다.
 박범신의 '당신' 이라는 책도 마저 읽어야 하고,
 김연수 신작 '밤은 노래한다'도 읽어야하고.
 빨래를 했다는데 제대로 해놨는지.. 이건 뭐 물가에 내놓은 애마냥
 집안일 좀 하라고 하면 엉망이다.
 내가 우렁각시를 언제까지 해줘야하나? -_ -...
 에휴, 저 화상이 나 없으면 살겠나 싶다. (잘살겠지)
 하하하하하하..


 

무아덕회   16.04.24

그래요. 이런 톤으로 계속 글 올려줘요. 본인 노래하는 목소리 좋다고 자랑 많이 넣어도 좋고, 남자친구 자랑 많이 넣어도 참고 읽어볼터이니...ㅎ

PINK   16.04.24

일기에서 꽃향기가 나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