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 4학년이라는,
머리에 피도 조금씩 말라가는 나이에
사춘기 소녀처럼 허무한 짝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학원을 다니는 오빤데,
제 이상형도 아닙니다.
키는 180cm이상 되구여,
깡마른 몸에,
말하는걸 들어보면 그다지 명석한 것 같지도 않구여,
워낙에 말랐기 때문에 항상 꾸부정하게 다니고,
몸의 관절 마디마디에 뚝뚝 소리내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자는 꽤 많이 사귀어보았고,
남자로써 특별한 매력을 지니지도 않았죠.
오히려 제가 그려왔던 그 이상형과는 정반대군여.
그렇지만...
그는 눈빛이 매우 깊구여,
말하면서 날 바라보는 그 눈빛은
마치 내 동공을 지나 망막과 시신경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하죠.
말을 마치고 나서도 한동안은,
끊임없이 내 행동을 바라보고 있어요.
난 그런 그의 행동이 부담스러워 슬쩍 도전적이게 보아도,
그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내 시선을 받아들이죠.
그는 절대 내 이름을 감추지 않아요.
같이 생활을 많이해서 서로가 많이 편해졌는데도,
절대 날 '야','너','니'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요.
늘 내 이름을 부르죠.
그는 내 말에 늘 미소와 웃음으로 답해줘요.
나 역시 그 말에 웃음을 보여요.
그와 나는 서로 통하는 것이 많아요.
취향이 같은가봐요.
그래도...
그를 좋아하면 안돼요.
궁금합니다.
이 허무맹랑한 뛰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