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 내려와 보니
책장이며 침대의 위치와 방향이 바뀌어 있었다.
비어있다시피 한 내 방에
가구를 밀어넣느라 그랬다고 한다.
좁은 책상 맡에 앉으니
중간에 무언가 꽂혀서
불룩해 있는 책이 눈에 들어온다.
집어 보니 죄와 벌이다.
그렇다면 책 틈에 꽂힌 것들은 분명 낙엽일 테지.
기억난다.
복무 중에 넣어둔 것들.
울다의 프로필 사진으로도 해둔.
그것을 읽던 것이
상병 말이던 가을이었나 보다.
일말상초는 내게도 해당이 있었다.
이듬해에도 당시 읽던 구토에
단풍과 은행을 하나씩 꽂아두었지만
그 후로는 다소 의식적으로 마다한다.
그러고 보면 올 봄엔 유난스레
벚잎을 줍기도 했는데.
(이건 지금 막 찍은 사진인데, 오 년 새 변한 건 핸드폰 카메라의 해상도 정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