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는 만날 때마다 지나칠 정도로 예쁘다 예쁘다를 연발했다
만나면 얼굴만 쳐다보고 좋아했다
사랑에 빠지면 으레 그렇지만
지나치게 대화에서 외모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그리고 그게 족쇄가 됐다.
내가 조금이라도 피곤하거나
입술이 잠시라도 지워져 있으면 반드시 언급을 하는 사람이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정확하게 칭찬을 멈추었다
상태가 좋아 예쁜 날과 조금 그렇지 못한 날,
다르게 대하는 사람이었다
섬세하다 못해 숨이 막혔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24시간 완벽할 순 없어"
한때는 자존감이 올라가는 듯했지만머지 않아 불안과 압박으로 바뀌었다
어느새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안된다는 완벽함에 대한 강박이 찾아왔다
지난 달 사정상 발레를 가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자 그가 나보다 더 아쉬워하며 말했다.
"계속 발레 다녔으면 좋겠어. 예쁘잖아"
결코 나의 꿈을 위한 게 아니었다.
"사람들한테 널 보여주면 날 부러워 하겠지"
그에게 악세사리가 된 기분이었다.
2.
그는 하고 싶을 때마다 쉴새없이
얼굴에 이리저리 뽀뽀를 해댔다.
이상하게도 나는 애완견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배려 없이 그냥 본능과 욕구대로 스킨십하는 느낌.
그리고 손을 한 번이라도 잡아주지 않으면 화를 냈다.
3.
남의 눈에 민감했고 비싼 것, 좋은 것이 참 중요한 사람이었다
"신발 이쁘다" "비싼 거야 좋은 데서 샀거든"
"옷 이쁘네" "고급 매장에서 주고 산 건데~"
비싸고 좋은 것, 나도 좋지만 이렇게 말끝마다 돈과 연결짓고 돈이 최고라는 사고방식에 정이 떨어졌다.
4.
그는 분노조절이 어려워 보였다
흥분하면 브레이크가 없었다. 무슨 말이든 내뱉었다.
그의 회사 동료들이 그에 대해 쓴 롤링페이퍼.
<조금 직설적임> <말을 조심해서 부드럽게 해줬으면 함>
나는 일찌감치 등골이 서늘했다.
5.
그와 잠자리를 한 뒤 내 몸에 작은 문제가 생겼었다.
연락을 하니, 어떡해 걱정돼 등 의례적인 말을 하고선
카톡을 보지 않았다
내가 물었다 "바쁜가보네" "응 바빠.."
그리고 해명했다.
"내가 해줄수 있는 건 걱정된단 말과 병원 가라는 말 밖에 없어. 거기서 뭘 어떻게 해줘야 돼?"
나를 지켜줄 수 없다는 그에 대한 불신. 거기서 내 마음은 떠났다.
그렇게 배려심 넘치던 이 남자도
결국 잠자리 뒤 태도가 식었다.
이건 이제 적응해야 하는 남자의 본성일까
-
그의 폭주했던 발언 이후, 나는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다.
그러나 막상 마음이 약해져서
그를 다시 보면 좋아질까 싶어 그를 만나러 갔지만
독한 술을 마시고 진심이 나와버렸다.
그는 잠수를 탄 뒤 헤어짐을 고했다.
카톡으로.
마지막까지 기본적인 맞춤법을 틀려 가며.
나는 바보같이 잠수를 타는 그에게 매달렸다.
그는 이별문자 한통을 보낸 뒤
나의 마지막 인사마저 받지 않고 읽지 않았다
결국 내가 차인 게 됐다
...
내 사람을 결정하는 조건의 절반 이상은
대화가 통하는 것
또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도 편안할 것
나를 소중하게 대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울고 싶다
부디,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날 나에게 좋은 사람을 서로 알아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