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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완전히 너를 보내고...   미정
눈물의 장마... 조회: 1406 , 2000-07-20 20:36
방금 그녀를 보내고 왔다...
아니...그녀 스스로 간 것이겠지...
눈물 흘리며 이렇게 일기를 쓰는 내가 왜이렇게 불쌍해보이는걸까...
낮에 그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온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할머니 가셨니??'
그녀는 당연스레 내게 또다시 거짓말을 했고...
나는 조금도 실망되지 않았다...그렇게 말할 줄 알았으니까...
그녀를 만나 김밥을 먹으러 갔다..그리고 그녀에게 여행을 간다고 했다..장난스레 오늘 우연히 알게 된 어떤 여자가 있는 절로 여행을 간다고 하니 그녀는 또 한 번 나를 나무랬다...그리고 비디오방에서 영화를 보았다...
처음엔 그녀의 털 끝 하나 건드리지않고 영화를 보았다...속마음은 그녀를
눕혀 내 흔적을 남기고 싶었지만...그와 관계를 한 지 몇 시간도 채 지나지않을 그녀의 몸을 더듬을 수가 없었다...하지만...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마지막으로 그녀를 느끼고 싶었다...내게 태어나 최고의 비굴함과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그녀를...나도 내 자신을 알 수가 없었다...아직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남은걸까...아니면 단순히 그가 오늘 그녀를 가졌으니 나도 가져야한다는 생각에서였을까...
영화를 보고난 후 우리가 처음 만났던,그리고 우리의 추억이 제일 많이 남아있는 동아리방으로 갔다...그리고 본격적인 대화가 이루어졌다...
차마 내 입으로 얘기할 수가 없었다...내 입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할 자신이 없었기에...나는 지금껏 내가 적은 일기를 보라고 그랬다...그리고 다시 여기 올 자신이 있으면 오라고...
그녀는 당연히 다시 올 것처럼 가방을 놔두고 지갑만 가지고 겜방으로 향했고...나는 혼자서 동방에 남아 그녀에게 편지를 적었다...갑자기 모든 잘못은 내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내가 부족했기에...그녀가 그런 것이라고.
그녀와 사귀면서 내가 그녀를 위해 해준 것이 하나도 없기에...
그녀가 그와 다시 사귀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것이 차라리 그녀가 행복해지는 길일테니까...비록 사귈 순 없을거라도...
혼자서 멍하니 동아리방 이곳 저곳을 바라보면서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이고 날리는 연기를 바라다보았다...그녀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을 이렇게 하게
될 줄이야...우리가 처음 만나서 게임하며 앉았던 자리와...처음 잠든 그녀
의 손을 잡은 곳과...자주 앉았던 쇼파까지...그리고 그녀를 생각하며 적었던 낙서장까지...더이상 흘릴 눈물이 없을 줄 알았는데...생각대로 되지가 않았다...눈물을 없애려 화장실에 가 세수를 하고 돌아와 앉아있으니 그녀가 왔다...눈물을 흘리며 하는 말이...내가 생각한 말과 전혀 달랐다...
마지막까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지만...'미안하다'라는 말 한마디를 기대했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마음대로 생각하라니...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니...그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 그녀가 밉게 보여 또다시 눈물이 났다.
그리고 끝까지 그녀에게 직접 탓하지 않으려했던 내 자신과의 약속을 깨고
짧게나마 그녀에게 미움이 담긴 말을 했다...
'끝까지 미안하단 말은 하기가 싫냐고...그렇게 날 비참하게 만드는 게 죄책감 느껴지지 않았느냐고...'
죽고 싶어졌다...
사랑에 속은 것도 삶의 낙을 잃게 하건만...
그녀의 태도를 보니 더더구나 살기가 싫어졌다...
누워 잠자는 척을 하려 장판 위로 올라가 누우니...정말 잠이 올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얼마 있지 않아 가버렸고...벗어놓은 남방 속에 쌓놓았던 커터칼을 꺼내었다...지금껏 살아온 날들과 나 때문에 눈물흘리던 엄마...그리고 증오하긴 해도 하나뿐인 아빠...누나...가족들이 생각나고..
가족 못지 않게 친한 친구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떠올랐다...
손목에 댄 커터칼이 유난히 날카로워보이고....한 번에 확 세게 그으면 일초도 걸리지 않을 일이...그렇게 두렵게 느껴졌다...아직 죽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인 지..죽는 게 두려웠다...죽기엔 미련이 남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지금 죽으면 그녀때문에 또 한 번 비참해지는 내가 되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면서...그녀의 거짓말처럼...정말 걸을힘없이 걸어서 나와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녔다...
내일 당장 전라도에 절로 가야겠다....
돌아올 날은 어떤 상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 곳에가면 마음의 위안이 조금이나마 될 것 같기에...
'선영아사랑해'로 가입하여 쓴 마지막일기가 되기에...
마음 속 한 구석...아직 희미하게나마 자리잡은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처음 마음먹은대로 일기를 마쳐야겠다...
'선영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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