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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투명 일기글입니다.
 미분류  
조회: 282 , 2018-06-25 00:03

새 비공개 일기장을 만들며, 제목은 '미분류'로 정했다.
울다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정한 이후로
최초의 유의미한 일기장의 추가일까.
기억조차 선명하지 않은 한 두 번의, 분류를 수정하려는 시도는 있었을 것이다.

'미분류'라는 제목은, 이곳에 기록될 일기들이 분류되지 않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곳에는
채 분류되지 못한, 차마 분류할 수 없는 심정과 일들을 써내려는 것이다.
추억? 미련? 자기연민? 후회? 미망(그렇다면 그것은 迷妄? 혹은 未忘?)?
오리너구리같은, 어딘가 애틋한 것들.
그 심정들에, 내가 '미분류'로 카테고리를 정할 것 외에 한 가지 더 공통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당신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일기장을 오늘에서야 만든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당신으로부터 맨 처음 받은 쪽지들과 처음 만난 후 받은 쪽지들을 기어코 읽은 것이다.
그것은 '오늘'이랄 것도 없이, 바로 조금 전의 일.

보낸 쪽지의 기록은 전부, 받은 쪽지의 기록도 대부분은 몇 번의 시도 끝에 지워버렸다.
그러나 전부를 지우지는 못하겠던 것이었고,
결심 없이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으로 당신과의 사건을 대할 수도 없었다.

어쩜 그렇게 투명한 사람이었는지
그것을 이유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아왔는지
나는 당신을 모른다.
그러면서 당신에게 알아갈 시간을 구하자는 일이
몇 번에 그치고 말았다.
그것은 언젠가 말했듯
나약해서
혹은 나약하지 못해서.

아픈 것은 아픈 것이다.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도, 그래선 안 될 이유도 없다.
한편으로 나는 자신이 생각보다 비겁했음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