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에 들어서자 밤 열시가 넘어도 대기에는 초저녁처럼 희미한 빛이 남아 있었다.
빛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눈앞의 풍경이 푸른빛에 잠길 때의 모습을 나는 좋아했다.
거실 창문으로 밤바람이 불어오고, 부엌에서는 어른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그 시간이 되면 꼭 입을 벌리고 잠들었던 투이의 얼굴을 볼 때,
푸른푸름빛의 채도가 점점 낮아지고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씩 켜질 때면,
나는 내가 언젠가 이 시간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