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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일기글입니다.
 주말  
조회: 448 , 2019-08-17 12:01


일정이 없는 날이면 부지런을 떨 것도
게으름을 피울 것도 없이 카페에 간다.
노트북은 역시 가벼워야 한다.

목요일 아침엔 비가 내렸다.
염좌는 창문에 내두고 최근엔 전혀 돌보지 않고 있다.
일광이 좋고 때때로 비가 내리니.
어쩌면 분갈이가 필요할까.
지난 겨울 새 웃자라고 갈변한 부분들이 있어서
모양새가 예쁘진 않다.

한산하지도 않은 카페.
휴일이라고는 해도 아직 아침인데.
유리에 가로막힌 채로 비를 보는 것이 답답했다.
카페 전에 호수공원이라도 걸을 걸 그랬나 보다.

카페에서는 내내 '책 읽어주는 남자'를 읽었다.
읽은 것만으로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그동안은
'폭풍의 언덕'이라고 해도 좋고, '독일인의 사랑'이나 '최초의 인간'이라고 해도 좋았겠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기분이었다.


금요일 아침에도 비가 내렸지만 공원은 가지 않았다.
비내리는 아침에 공원을 산책하는 것은
발은 비에 다 젖어가며 작은 우산만으로 비바람을 피하지 않아도 좋은 것은
그날의 무드는 아니었다.

선물용으로는 몬테스 알파 까쇼 2017,
내 몫으로는 싸구려 쉬라즈 2017을 샀다.
제이콥스 크릭이나 펜폴드가 있었다면 그걸 샀겠지만
잠깐 들른 대형마트에서였다.

월차를 낼 수 있었던 진영이와 먼저 만나 근황토크를 하다가
출근을 해야 했던 다른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안주나 술잔은 알아서 하라며 선물을 줬다.
간혹 객실에 와인잔이 있는 것을 보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호캉스를 간 그 호텔은 아니었다는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제인 에어'를 읽어 보려고 전자책을 구매한다.
그렇지만 와인이 '존맛탱'이라는 말에 나도 병을 열었다.
텁텁하고 짙은 향을 맡으니 웃음이 난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나 싶고.


오늘 아침엔 빵을 사러 가는데
또 비가 쏟아진다.
집에 빵을 던져놓고 공원에 가려고 생각하지만,
빵집을 나설 땐 벌써 비가 그쳐 있었다.
그 후로 벌써 몇 번을 비가 내리다 말다 반복하는데
이제는 '제인 에어'를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