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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투명 일기글입니다.
 loneliness,  
조회: 475 , 2019-09-13 23:37


간접조명이 내 눈을 부시게 했다.

겨우 눈을 뜨니, 습기가 찬 샤워실에서 누군가가 씻고있는 것이 보인다.

에어컨을 껐는지 식은 땀이 범벅이다.

나는 눈을 감고 잠시 어제의 회로를 생각했다.

여전히 빛이라고 볼 수 없고, 정체가 알 수 없는 뿌연 안개로 가득찬 곳   

지하 냄새, 사람들의 체취,  내 고막만 아픈 음악에 맞춰   

마치 뱀이 내 살결 위에서 나라는 먹잇감을 포위했다.

술, 담배, 땀에 절어있는 냄새 따위 코를 찌르는건 잊은지 오래다.

내 팬티 안은 이미 끈적끈적함을 뿜어내고 있다. 

서로의 신호가 침대까지 왔고,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콘돔, 역시 쓰지 않았구나' 

쓰레기 새끼. 

눈을 질끈 감고 허벅지를 쌔게 꼬집었다.

아무에게나 끈적한 액을 뿜어 낸 내 자신에 대한 자책이다. 

남자를 먹는 것도 잘 골라서 먹어야 되는데

한달에 한번 씩 꼭 정신을 못차릴 때가 많다.

나는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남자는 콧노래 흥얼 거리는거 봐서는 샤워가 끝나진 않아보인다. 

남자와 마주치기 싫어서 빨리 나오고 싶었다.

구두소리도 들릴 까봐 맨발로 나오고, 겨우 엘리베이터를 탔다.

거울로 내 꼬라지를 보니 우습다.

휴대폰에 부재중은 당연히 없다.

택시를 잡고 집으로 향했다. 

지금은 어제의 일 자책하고싶지않다.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드려다볼 수 있는 시대에서 

낯선이와 몸을 한번 나누고 다시는 볼 수 없는 사이

그 세상 속에서 날 더 초라하게 만들뿐이고 외로워진다.

잡생각 없애주는건 유튜브가 최고다.

"안녕하세요 씬님이에요 제가 오늘 틴더라는 앱과 콜라보를 하게 되었습니다. 
틴더라는 앱은요 사람을 매칭해주는 앱이에요. 프로필 사진을 보고 좋아요 얻어서 서로가 좋아하면 매칭되었다고 뜨는데요.. "

좆같은 광고

광고도 왜 꼭 내 상황과 어울리는 광고인지 모르겠다.

광고 스킵은 누르지 않고, 이어폰도 빼지 않고있다.

어쩌면 클럽에서 원나잇보다 어플의 일회성만남이 더 깊은 인연이 되지 않을까

"참나.."

맨정신이라 그런지 단순한 해결책이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맨정신이 제일 싫은 이유가 이거다.

도움이 되지 않은 일, 별것도 아닌 것에 자기합리화로 정신승리한다는 점이다.

또 그러고 앉아있는 날 발견해서 가소롭고 우스웠다. 

속는셈 치고 그 광고를 마저 보고 난 뒤 결국 나는 앱을 다운로드를 했다.



그들에게 보여지는 프로필 사진을 등록 해야한다.

첫번째부터 난관이라니,

그냥 삭제할까 싶기도 하면서 어느새 내 손가락은 갤러리를 눌렀다.

최대한 나같이 안나오면서, 잘나온 사진을 찾고 있다.

예전 잠깐 프리랜서로 일 할 때었다.

프로필 사진이 필요하다며 친구가 나를 찍은 사진이 한 장 있긴 하다.

이 사진, 내가 지적이게 나와서 좋았다.

그래, 이걸로 설정을 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내가 거주하는 지역과 범위를 설정해야했다.

갑자기 두렵고 걱정스러웠다.

혹시나 내가 아는 이가 나오면 어떡하나, 

더욱 무서웠던건 친척 오빠의 프로필사진이 있다면,

피가 섞인 친척집에서 마주 했을 때를 생각하니 

역겨워 죽을 것 같다. 

어떻게보면 클럽이라는 공간도 마찬가지지않나?

또 '자기자신과 합리화' 하기 이미 시작한지 오래다. 

난 애초에 두려움과 걱정이란 감정이 왜 존재하는 알 수 없다. 

지역 설정을 못하게 하는 건 돈내랜다.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으면 여기서 그만 둬야하는데 앱에 대해 실컷 욕만 퍼붓고 설정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