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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일기글입니다.
 82년생 김지영  
조회: 607 , 2019-10-31 21:12
정말 오랜만에 쉬는 날.



사실 할일이 많은데 정신적으로 멍때리는 게 너무나도 필요하다고 느껴져 혼자 시내로 나갔다.



혼자 밥먹고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공블리가 나오는 영화나 볼까 했는데



시간이 좀 안맞기도 하고 영화예매사이트에서 1위영화를 클릭해서 리뷰를 보니



대체 왜이렇게 극과 극의 평이 많을까 조금 궁금해져서



82년생 김지영을 보았다.







과장된 신파라는 거의 악플수준의 코멘트와 함께 별하나를 준 사람의 댓글을 보고



영화인데 좀 과장이 들어가면 어떤가 싶기도 했지만



정작 영화를 보는 내내 든 생각은



대체 어디가 과장이라는 거지? 였다.







물론 가정환경이나 사회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주인공이 다른 사람으로 빙의 할정도까지의 정신분열을 겪는다는 설정 외에 영화속에 나오는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이 내게는 항상 보고 듣고 가끔은 직접 경험하기도 했던 참 흔한 일들뿐이었다.







누군가는 댓글로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제일 불행한 줄 안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응?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힘들고 불행한 주인공이 자기가 힘든지 불행한지도 모르며 산다는 거였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여자들은 영화속에 나오는 이런 일들을 겪어도 대부분은 내색없이  x 한 번 밟았구나 하고 아무렇지 않게 웃어 넘기거나, 그냥 혼자 한 번 욕하거나 울고 말거나 하면서 그냥 산다.



여자친구들과 얘기해보면 살면서 한번도 성추행을 당해보지 않은 친구가 없다.



놀라운것은 나만 겪었던 불행한 사건인줄 알고 살았는데 알고보니 나보다 더한 일을 겪은 친구들이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이다.



성비하나  성희롱 발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따라왔거나 몸을 만지려고 했거나 원치않는 터치를 직접적으로 당했던 경험을 말하는 것이다.  심하게는 성폭행을 당한 친구들도 몇몇 있다. 그런데 그 중 대부분은 사회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기는 커녕 감히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한다.  내 주변에는 딱 한 명 용기있는 아이가 있을 뿐이다. 그 아이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그 사람에 대항하여 셀수없이 법원에 출석하며 아직도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가끔 나는 그 아이가 받는 손가락질이 참 미안하다. 고개를 떨구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 아이만 신문에 나고 아파야만 하는 사회라서 참 부끄럽고 미안하다.







범죄자를 모든 남자들에 빗대어 일반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감히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여성권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이런 얘기들로 남혐 여혐을 조장하려는 것도 아니다.







성별을 떠나서 타인을 좀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성숙한 사회에서는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누구보다도 그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약자를 제일 먼저 배려할 줄 안다.
82년생 김지영에서는 주인공이 여자로 설정되었을 뿐 우리는 누구나 상대적 약자가 될 수 있다.







약자가 되어 억울하다고 외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쓸모있는 강한 사람이 되어 약자를 돌아보고 배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봄여름   19.11.10

남성 여성으로 한정해서 보지 않고
사회적 강자 약자로 보는 시선, 결론
모두 마음에 드네요